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와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위한 특검 가동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비서실장은 "이번 검찰 수사는 과학적인 기법까지 동원한 철저한 수사라고 생각한다"면서 "특검 효율성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는 것"이라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6일 작성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허위 작성된 것이며 문건 유출은 '과거 소속 비서관들의 일탈 행위'라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비서실장은 "이전까지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해선 수사 대상이 명확했기 때문에 특검이 가능한 사안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문건에 나온 것들은 전부 허위라고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해서 특검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도 말했다.
"세분 비서관 억울하다…김영한은 책임 느끼고 스스로 사임한 것"
김 비서실장은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 "억울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세분 비서관은 자기 직분에 충실히 열심히 하는 분들이지 문서에 나온 것처럼 어디 떼를 지어서 국정 논의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면서 "이름이 오르내린 그 분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분 비서관은 제 휘하에 있는 그야말로 비서일 뿐"이라면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또 박지만 EG회장으로부터 미행설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1월 하순경 박 회장이 '미행을 당하는 것 같은데 확인해 달라'고 하면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조 전 비서관에게 아느냐고 했더니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한 잡지에 박 회장이 미행 자술서를 받았다고 하기에 (박 회장에게)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내주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박관천 경정 등을 통해 17건의 문건을 박 회장이 입수한 데 대해 "잘못된 일이고 박 회장도 앞으로 근신하라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을 문서 유출 공모 혐의로 수사 의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박 회장을 범죄로 고소할 근거는 없다.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 했다"고 피해갔다.
문체부 인사 지시 논란에 "그런 사실 없다"
김 실장은 또 승마 선수인 정윤회 씨의 딸의 특혜의혹에 대해선 "정윤회 씨의 딸은 정상적 절차로 국가대표가 됐고, 아시안 게임에서 외국인들이 심판을 보는 가운데 금메달을 땄다. 여기에 부정은 개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직원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문책을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김 비서실장은 한편 김영한 민정수석이 이날 돌연 사의를 밝힌 데 대해서는 "나름대로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문건 유출은 "자기가 (청와대로) 오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자기 아래서 일어난 일이란 데 책임을 느끼고 국회에 출석하기가 스스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사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수석은 문건유출 사건 이후 보임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하며,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왔던 것인데, 정치공세에 불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김 수석은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인이 사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청와대는 김 수석이 여야 합의사항과 비서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데 대해 인사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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