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 감축을 목표로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대학구조개혁평가 방안에 대한 반발이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 지표를 높이기 위해 이미 모든 학사일정이 끝난 2014년 2학기부터 성적평가방식을 바꾸면서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학생들은 이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 방안에 있다며 일방적인 대학평가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전국 18개 대학 학생회 모임인 '좋은학생회만들기모임' 소속 대학생 15명은 5일 낮 서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계획은 교육부의 공적 기능과 관련해 후퇴했다"며 "대학들의 일방적인 제도변경과 구조조정 피해 등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대학 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일반대학, 전문대학별로 각각 A, B, C, D, E의 순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구조개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은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며 재정 지원을 제한한다고 했다. 이같은 안에 따르면 대학 입학정원이 2017년까지 4만 명, 2023년까지는 총 16만 명이 줄어들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대학 구조 개혁의 불똥이 대학생들에게 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작업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확정된 안으로 발표되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마저 끊길 수 있다는 무게감에 비해 너무 졸속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구조개혁의 근거 법안도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평가가 과연 공신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안 내용 그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줄 세우기'식 평가일 뿐만 아니라, 재정여건과 학생 충원이 잘 되는 대학들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또 "여전히 대학 본연의 역할과는 괴리된 취업률 반영비율은 높으며, 공적 기능을 담당하던 '등록금 지표'와 '법인 지표'는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이들은 종강 후 이틀 만에 학생들에게 '전 과목 상대평가 소급 적용'을 일방통보해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례를 들며, "교육부의 무리한 추진과정과 부실한 평가내용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여러 캠퍼스에서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외대 이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기말고사가 끝난 후 메일 한 통으로 성적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해 신뢰를 저버렸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대학교를 옭아매고 있는 교육부의 잘못된 평가지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 학생들은 학교 측에 맞서 점거 농성을 벌였으나 학교 측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331명의 원고단을 꾸린 후 학교 본부를 상대로 성적평가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달 3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경희대학교도 2학기 성적 평가를 앞두고 교수진에 '성적평가를 강좌당 학점 평균 3.0 이하가 되도록 하라'고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에 결국 지침을 철회한 바 있다. 이정이 총학생회장은 "결국 취소됐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며 "대학평가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교육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그 책임을 왜 대학생들에게만 짊어지게 하는 것이냐"며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평가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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