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감사원은 18일 '공무 국외여행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중간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공기업 감사들의 이른바 '이과수 관광 세미나'사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감사원이 국가기관, 지자체, 공기업(지방 공기업 포함)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외유성 해외연수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감사원이 총 204개 공공 기관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관광위주 외유성 시찰 △일정 임의 변경을 통한 골프여행 △산하기관에 여행 비용 떠넘기기 등의 천태만상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총 603개 기관에서 11만 2000여 명이 국외여행을 다녀오는 과정에 4427억 원이 소요됐다. 이 가운데 상위 30개 기관은 501억 원을 들여 1만 8795명을 해외에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일부 공공기관은 해외 출장 시 임원 체재비를 최고 하루 503달러까지 편성해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비, 숙박비 등은 공식 출장비 안에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용돈'이 50만 원이란 이야기다.
"공무 국외여행이 '복리후생'차원으로 편성"
감사원은 2006년 국외여비 3억 원 이상을 사용한 총 204개 기관의 공무국외여행 실태를 분석해 이 가운데 예산규모로 상위 30개 기관(중앙관서 6곳, 자치단체 8곳, 공공기관 16곳)을 대상으로 실지감사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2006년 이전의 실태나 예산규모가 적은 기관의 상황은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감사원은 "공무 국외여행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관광 위주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느슨한 공식일정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관광하고 있다"면서 "자료수집 목적의 출장이나 다수 인원이 참가하는 단체국외여행은 업무보다 관광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업무협의, 조사, 구매 등 업무가 상대적으로 목적이 명확한 특정업무 출장은 평균 6일에 불과한 반면 시찰, 연수, 자료수집 등 느슨한 출장은 평균 8일에 달했다.
관광하기 더 편했을 것이란 말이다.
또한 감사원은 "유관기관 등에 대한 접대 수단으로 국외여행이 이용되고 있다"면서 "산하기관, 이해관계 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기 기관이 부담할 경비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官)-관(官)' 접대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공공부문 공무 국외여행 제도의 근원적 개편과 정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개 방문 기관 가운데 1곳도 안 간 자치단체
이날 감사원은 기관명, 자치단체명이나 적발자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실명이 흘러나올 경우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모 기관 및 산하직원 53명은 지난 2006년 8월 프랑스, 그리스, 터키 등을 방문하면서 방문도시 '시청방문 불가'를 사전통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출장계획서에 포함시켜 승인 받은 후 출장일정을 관광으로 때웠다.
모 기관의 본부장 역시 '선진국 제도 조사'명목으로 브라질로 떠나 이과수 폭포, 잉카 유적지등을 관광하고 돌아왔다는 것. 하지만 해당 기관은 사후 처리도 미숙해 이같은 외유성 출장을 눈감고 넘어갔다.
국제워크샵 참석 명목으로 출국해 골프만 실컷 치다 온 사례도 있었고 계획된 기관을 방문하는 대신 해외에 체류 중인 자녀를 만나고 돌아온 '애틋한 부정'도 엿보였다.
또한 지방의회 역시 1인당 국외여비 예산한도액(광역 180만 원, 기초 130만 원) 기준으로 매년 예산을 편성한 후 돈을 차곡차곡 모아 관광을 다녀오는 경향이 다분했다.
한 자치단체의 개별 상임위 의원들은 지난 2006년 선진도시 시찰을 명목으로 그리스, 터키, 이집트를 방문했지만 방문예정 11개 기관 가운데 단 한 곳도 방문하지 않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는 어떻게 될까?
이같은 실태에 대해 감사원은 "공무상 국외여행을 성격에 따라 구분해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엄정관리할 것"을 권고하면서 "실제 업무수행 출장과 시찰, 견학, 참관 등 견문을 넓히기 위한 '해외연찬'출장으로 구분하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해외연찬 성격의 국외여행에 대해선 2단계 심사장치를 마련하고 여행계획서 표준 모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미 기관별로 올해 '외유 예산'이 이미 마련된 마당에 어떤 실질적 후속조치가 따를 수 있을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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