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은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입니다. 4대강사업과 같은 방식의 프로젝트를 '복원 사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대한민국 국회 강연차 방한한 하천지형학과 하천복원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버클리대학 맷 콘돌프 교수가 내성천과 낙동강을 둘러본 후의 소감이다. 4대강 사업식의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은 서구에서는 이미 70-80년대 폐기한 방법으로 하천복원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국회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흐르는 강을 위한 의원모임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4대강사업과 댐 정책의 대안을 마련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미국의 맷 콘돌프 교수, 일본의 이마모토 다케히로 교수 두 분의 해외 석학을 초청하여 현장답사와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그 첫 일정으로 지난 11일 낙동강과 내성천을 찾은 맷 콘돌프 교수가 현장을 둘러보고 난 뒤 그 소감을 이 같이 밝힌 것.
하천복원 전문가인 맷 콘돌프 교수의 눈에도 작금의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처럼 '4대강 살리기'가 아닌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었던 것이다.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을 강행한 그 결과를 우리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3년 연속 맹독성 남조류가 창궐한 녹조라떼 현상과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생물의 창궐, 물고기 떼죽음 사태 등 말이다.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4대강 프로젝트 즉, 모래를 준설하고 많은 댐을 짓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복원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위는 '스트레스' 또는 '충격'이라고 말합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이런 행위를 하려면,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매우 진중하게 '충격 완화'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4대강과 같은 사업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또는 일본에서도 절대 하천복원 사업이라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복원이라는 차원에서는 굉장히 다른 종류의 사업입니다."
국제적 망신 4대강사업
이쯤 되면 4대강사업은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투입한 4대강사업이 하천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노학자의 눈에는 하천 '복원'과 거리가 멀고 '충격'이라고 하니 말이다. 2010년에 이어 다시 낙동강을 찾은 그의 눈에 펼쳐진 우리하천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일 테다.
그가 활동가들과 함께 둘러본 마지막 4대강사업 현장인 영주댐 공사 현장과 이 사업으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고 풀들이 자라나는 육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래강 내성천의 현실 그리고 4대강 보에 의해서 강이 아닌 호수로 변한 낙동강의 현실이 바로 '충격' 그 자체란 것이다.
대규모 준설과 댐을 만드는 방식의 4대강사업은 결국 하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낙동강(내성천)은 자연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모래강입니다. 보다시피 자연적으로 높아진 모래언덕이 있고, 형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강에서 모래를 없애는 프로젝트는 강 하류에 갑작스런 영향을 줄 것이고, 댐은 퇴적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강에 댐을 건설하고 모래를 가둔다면, 하류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배고픈 강'이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하천 제방이 깎일 것이고, 지천들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며, 강변 바닥도 (모래가 유실되어) 갈수록 더 거칠어질 것입니다. 자갈(gravel) 바닥이 되었다가, 이 자갈도 갈수록 더 큰 덩어리들(blocks)로 점차 변해갈 것입니다."
그의 설명은 4대강에서 우리가 그동안 목격한 강의 제방이 심각하게 침식되는 측방침식의 문제와 지천에서 목격한 역행침식의 문제 그리고 내성천의 육화 현상과 그 맥을 정확히 같이 하고 있다. 결국 4대강사업과 같은 방식의 하천 공사는 하천에 심각한 악영향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익히 예견된 공사였던 것이다.
댐 해체는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댐이 주는 가장 큰 부정적 효과는 댐 밑에 쌓이는 퇴적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댐 해체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4대강의 경우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적물이 별로 없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의 조언이다. 그동안 국내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듯이 하루빨리 보를 철거하는 방법이 최선이란 것이다.
"현재로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래는 더 깎여나갈 것이고, 하천은 더 거칠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에 모래가 다시 쌓여 거대한 모래톱이 형성된 모습을 통해 재자연화의 희망도 보게 됐습니다."
그렇다. 낙동강과 감천의 합수부에는 거대한 모래톱이 다시 만들어졌다. 물론 4대강사업으로 인한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감천 바닥의 모래가 쓸려내려온 것이지만, 그 합수부에 거대한 모래톱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4대강사업 전 하천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복원된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곳에서 그는 하천복원의 희망을 본 것이다.
4대강을 흐르는 강으로 복원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
지난 여름 방한한 독일의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나 2010년에 이어 이번에 다시 방한한 미국의 멧 콘돌프 교수나 일본의 이마모토 다케히로 교수 모두 한결같이 4대강사업 식의 하천 정책은 너무 낡은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작금의 4대강을 내성천과 같이 자연스런 강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게 지금의 하천복원 방식이라고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하천정책은 전세계적인 추세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서구에서는 이미 제방을 높게 쌓고 강을 직강화한 운하와 같은 방식의 하천 관리가 오히려 홍수를 더 유발하고 강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며 제방을 허물고 원래 강의 영역들을 되돌려주며 자연스런 물길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하천복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 4대강사업을 정확히 평가하고 하루빨리 4대강을 흐르는 강으로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외국 석학들의 방한이 4대강사업 국정조사와 제2의 4대강사업인 14개 댐 계획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4대강의 재자연화를 위한 원칙과 기준 그리고 댐이 아닌 치수정책이라는 국제적 흐름을 한국에서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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