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의 '동백림 간첩단 조작사건' 등으로 인해 4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고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가 청와대에 들어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여사는 "저희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신 데 대해 대통령님께 큰 절을 드리겠다"며 절을 하기도 했다.
이는 국정원과거사위원회의 지난해 1월 동백림 사건 조작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사과권고를 정부가 수용한데 대한 사의로 해석된다.
"남편 죽었을때도 눈물이 안 나더라"
이 여사는 "사람이 큰 일을 겪으면 감정을 잘 느끼지를 못한다"면서 "오랜 세월 기쁘면 기쁜 것인지 슬프면 슬픈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하며 살고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아 정말 고향에 가나보다' 느껴지면서 눈물이 났다"고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을 토로했다.
이 여사는 "윤이상 선생은 훌륭하게 살아왔다"며 "역사적 질곡 속에서 저희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역대 정권 누구도 명예회복을 해주지 못했지만 노 대통령께서 저희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신데 대해 큰 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손을 뻗어 만류했지만 이 여사는 결국 큰 절을 하고 말았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제가 어쩔 줄 모르겠다"면서 "그 심경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이장 희망
이 여사와 윤정 씨 등 유족은 고인이 독일에서 기거했던 집을 기념관으로 꾸며 친필 악보 등 유품을 보관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유족들은 윤이상 선생이 특별한 유언은 남기지 않았지만 평소 고국에 묻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면서 이장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윤 선생 유해를 독일 유공자 묘지에 안장할 때 '이장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은 바 있어 현실적으로 이장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족들은 귀국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선생이 1994년 남쪽 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하려고 생각했으나 '귀국하려면 공식적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시 정부의 입장을 담은 편지를 받고 "윤 선생이 '역사 앞에 부끄럼 없이 살았는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면서 귀국을 포기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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