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21일 전국의 교수 72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01명(27.8퍼센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록위마'를 추천한 교수들은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곽복선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며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지록위마'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데 공감하며, 이 말의 배경이 된 중국 진나라 시황제 시대에 주목했다.
기원전 221년 중국 역사상 최초로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은 자신을 단순환 왕이 아닌, '황제'라는 칭호로 부르게 했다. 그러나 통일 천자국가는 3대 15년에 불과했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는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해 태자 부소를 죽게 만들고 나이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실권을 장악했다.
어느 날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폐하를 위해 구한 명마"라고 거짓말을 했다. 호해는 조고에게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오(지록위마)"라며, 신하들에게 "공들이 보기에 저게 말이오, 사슴이오?"라고 물었다. 이들 중 진실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 불거지자 정치권 및 언론은 진나라 말기를 떠올리며 '지록위마'를 되새겼다. 황제 앞에 진실을 고하기 꺼리며, 환관에 의해 정권이 좌지우지되는 상황. '지록위마'의 교훈은 국정을 농락한 환관으로 인해 모두가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주변 '7인회'와 '문고리 3인방' 역시 '십상시'로 불리며, 국정을 농락한 세력(환관)으로 비판받고 있다. '십상시'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환관이자 간신을 뜻하는 대명사다. 특히 '십상시'의 농락에 놀아나 정치는 게을리한 채 주색에만 빠져버린 '영제'는 지금까지도 가장 멍청한 군주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가 선정된 데 대해 "국민과 여론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어려운 말(사자성어)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대다수는 진나라와 후한의 패망 원인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지 세력조차 등돌리게 만든 현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교수신문>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지통재심'(至痛在心)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며 '올해 내 마음속 사자성어'로 꼽았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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