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북한을 둘러싸고 다소 복잡한 양상들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소니사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응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킹 혐의를 부인하면서 미국과의 공동조사를 제안하는 한편, 미국의 대응조치가 이뤄질 경우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은 외무성 성명이라는 높은 수준의 형식을 통해 "9.19 공동성명이 빈 종잇장이 돼 버렸다며 핵무력을 강화해가는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올 한 해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서기국 공보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남북관계가 파탄난 것은 남한 탓"이었다며 우리 정부가 "대결에 계속 매달리면 남북관계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도,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는 김정일 사망 3주기 때 조의를 표명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개성에 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제1비서의 메시지를 가지고 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얼마 전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문제와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풀겠다"는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과연, 2015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내년 초, 남북대화 재개될 가능성
우선, 남북관계에 주목해보자.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서기국 공보에서 우리 정부가 "대결에 매달리면 남북관계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긴 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양건 비서가 구태여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개성으로 내려오겠다는 것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와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내년이 박근혜 정부 3년차라는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내년 중에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임기 후반기로 가면서 남북관계에서 어떤 성과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고위당국자의 언급이 정부 외교안보팀의 정책으로 공식화될 것이냐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성과를 놓고 고민할 시기가 된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또한 박근혜 정부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1월 1일 남북 양측의 신년사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신년사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타진해본 다음, 남북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적극적인 제안에 나선다면 다시 한 번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
소니사 해킹 보복과 시간적 제약이 변수
다만, 이러한 대화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미국 변수와 시간적 제약이다. 소니사 해킹에 대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같은 대북 보복조치를 취하고 이를 둘러싼 북․미 대립이 격화되면 우리 정부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시간이 지체돼 2월 말 한미군사훈련 시작 때까지 대화가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남북 간 경색 국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경색이 심화된다면 북한이 공언해 온 '핵무력 배가'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다소 유동적인 변수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내년 초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인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화에 얼마나 적극적이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한 남북관계 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면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부 내에 뭔가 해보겠다는 시도가 있는 것을 폄훼해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년 초부터 2월 말 한미훈련이 시작될 때까지의 50여 일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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