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애국가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통합진보당 반드시 해산시켜라"
통합진보당 해산 여부가 결정되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인도에서 이른 아침부터 요란한 고성이 울렸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고엽제 전우회, 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자유청년연합, 탈북자단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10시 선고를 앞두고 통진당 해산 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헌재에서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하는 반면 기자회견 개최는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각각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해산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진당에 대해 "국회를 혁명 교두보로 삼고 국회의원 특권을 반국가 반역행위에 이용해온 북한 노동당 2중대"라며 "정당의 탈을 쓴 종북소굴, 이적단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법이 없었으면 우리가 자력구제를 행사해 목을 잘랐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통진당 당원 및 지지자 600여 명 또한 오전 9시 20분경 헌재 인근에서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헌재 바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기자회견 장소를 옮기라는 경찰 요구에 따라 현대 사옥 맞은 편 래미안 갤러리 앞에서 회견을 열었다.
통진당 오병윤 원내대표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15년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몫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오늘 정당해산심판 청구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민주국가라면 가능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유신정권 이후 투옥당하고 눈물을 흘리며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며 "최후의 사법정의의 보루라고 하는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재판 방청권을 가진 일부 당원들은 헌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당원 및 지지자들은 래미안 갤러리 앞 대형 스크린을 통해 헌재의 해산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판결문 발표가 시작된 시각, 헌재 앞 사거리는 보수단체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10시 5분께 한 남성이 "통진당 해산이다"라고 크게 외치자 보수단체 회원들 중 다수가 차도를 건너 반대편 인도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 것.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어버이연합은 물러가라"고 하자 십여 명의 남성들이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고,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 측에 "폭죽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시 사용하기 위해 색종이와 꽃가루가 터지는 '팡파레'를 준비했는데 경찰이 폭죽을 수거해갔다"며, 방송 마이크를 통해 경찰 측에 폭죽을 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기자회견이 주유소 앞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폭죽이 터질 경우 위험하다고 판단,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날 헌재는 결국 8대 1로 통진당 해산을 선고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후 10시 40분경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환호했다. 손을 번쩍 올리며 '대한민국 만세', '북진 통일'을 외쳤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통합진보당 현수막, 북한 인공기 등을 꺼내 칼로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당 당원들은 정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판결이 나오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0시 50분께 이정희 대표가 침통한 표정으로 건물 밖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당원들은 숨을 죽이고 이 대표의 말을 경청했다. "오늘 저는 패배했습니다"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일부 당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 대표가 묵묵무답으로 차에 오르자, 구석에 주저 앉아 우는 이들도 있었다. 통진당은 이날 저녁 예정된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다 모여라!'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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