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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 2년, 민주주의 '블랙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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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 2년, 민주주의 '블랙 프라이데이'

초유의 정당해산 후폭풍 불가피, 국제적으로도 불명예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해산당했다.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을 결정한 12월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87년 민주화항쟁의 산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가 한국 민주주의의 '블랙 프라이데이'로 기록될 위험한 결정을 내린 점은 불행한 역설이다.

북한과 직접적 연결고리 제시 못하고 강한 수사만

헌재 재판관 9명 중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통진당 해산에 찬성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읽어 내린 '다수의견'은 정당해산심판청구소송을 주도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주장과 판박이라고 할만하다.

헌재는 소위 '자주파'를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으로 적시하고 이들을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또한 통진당 강령에 포함된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봤다.

그러나 통진당의 활동과 관련해 북한과의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석기 의원 등이 참석했던 지난해 이른바 'RO 모임'이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려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이)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헌재는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피청구인(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1, 2심의 재판결과가 엇갈릴 정도로 법조계 내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이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 범죄의 구체적 준비방안에 대해 어떤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정당해산심판청구소송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 사건이 아직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데도 헌재가 서둘러 정당해산을 결정함으로써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 결정도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거리다. 헌재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정당해산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초유의 정당해산 국제적으로도 불명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다방면에서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중추인 정당을 강제로 해산시킨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승만 정부 시절 죽산 조봉암 대표가 이끈 진보당이 1958년 행정처분으로 등록이 취소된 바 있으나, 정당에 대한 강제 해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봉암은 이듬해 처형됐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나치 집권기의 독일과 터키, 이집트, 스페인에 이어 정당을 강제해산한 5번째 나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정치, 사회적 논란도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헌재 결정을 계기로 "종북논란을 종결짓자"는 논평을 냈으나, 오히려 정치공세용 '종북몰이'를 능가하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사회갈등이 예상된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가 시선분산용 종북몰이로 헌재 결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콘서트를 겨냥해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운을 떼자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가 거세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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