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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와 '하인리히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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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와 '하인리히 법칙'

[기고] 제2롯데월드, 진짜 '경암' 위에 지어졌나

제2롯데월드가 그 위용을 드러내며 부분 개장을 한 후 많은 불안한 징후들이 나타났다. 국내 건축사에 길이 남을 층고 123층에 높이 555m의 거대한 빌딩의 위용은 대형 공사답게 기초 공사 역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기초 공사에 들어간 레미콘 차량이 5300대라고 하는 롯데측 홍보 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무엇인가가 잘못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근 제2롯데월드 신축공사 현장에 위험을 알리는 시그널이 발생하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롯데측은 계속되는 안전을 위협하는 시그널들을 애써 외면한 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러한 반론에는 합리적 반박의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1930년대 초반 미국의 보험사 직원이던 하인리히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재해에 대해 실증적 분석을 한 결과를 토대로 "사고나 재난은 발생 전에 여러 차례의 징후가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징후에 관한 법칙을 주장하여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고 주장하며 이를 1:29:300의 법칙이라고 했다. 대형 안전사고 1건이 일어나려면 동일한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최근 연일 안전사고의 위험이 보도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로 가보자. 우리로서는 더 이상의 디테일한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것만 짚어 보도록 하자.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8층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근로자 김모씨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후 관계자가 사고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파란 울타리가 쳐진 곳이 김모씨가 추락한 위치이다.ⓒ연합뉴스

기초 공사와 석촌호수의 수위 강하간의 상관 관계

최근에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보와 슬래브의 균열, 엘리베이터의 정지, 영화관에 발생한 의문의 진동, 아쿠아리움의 누수 등의 모든 문제 이전에는 여러 건의 주변 지역의 싱크홀(sink hole) 침하가 있었다. 이제는 제법 뉴스에 나와 일반인들도 싱크홀이 무엇인지를 알 정도가 되었는데, 싱크홀은 퇴적암으로 이뤄진 지역에서 크고 깊게 발생하며 지반이 강한 경암 지역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가능성이 낮다. 제2롯데월드 인근은 과거 한강의 본류가 지나던 곳이었으며 기반암 사이의 지층엔 충적층이 존재한다.

공사 자체가 워낙 대공사인지라 프로젝트의 그 규모에 비례하여 터파기와 기초공사 역시 대공사가 되었는데, 엄청난 규모의 터파기를 하던 같은 시기에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가 눈에 띄게 진행되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많은 엔지니어들과 교수들은 이를 예의 주시하며 “제2롯데월드 공사로 지하 6층 깊이(37m)까지 터파기를 하면서 배수성이 좋은 지반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 유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롯데측은 이에 대해서도 슬러리월과 차수벽을 2,3중으로 쳐서 공사했기 때문에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입장을 내 놓았지만 이 반박은 이론적인 것일 뿐 실제로 공학적으로 지하수의 유입을 제로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대한 콘크리트 차수벽을 세운다고 해도 그 벽 아래로도 얼마든지 지하수가 유입될 수 있다. 많은 토목현장에서 다중으로 가설한 차수벽을 뚫고 지하수가 유입되었던 사례가 빈번하게 있는 것이 롯데측의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한다.

필자는 토목분야 전문가적 견지에서 “제2롯데월드의 기초 터파기 공사와 거의 동시에 발생한 석촌호수의 대규모 수위강하”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은 추정이 아니며 공학적 사실 관계이자 합리적 문제 제기라고 본다.

건축구조의 문제

부분 개장한 타워 내에도 이미 각종 문제가 발생하였다. 내부에 발생한 균열. 슬래브 바닥의 균열과 여러 케이스의 균열도 심상치 않고 영화관에 발생하였다는 의문의 진동 역시 심상치 않다. 그 때마다 롯데월드측과 롯데건설은 거의 변명에 가까운 답변만 내놓았다. 슬래브 균열은 일부러 만든 컨셉이라고 하고, 보의 균열은 뼈가 아닌 피부가 찢어진 것 정도에 비유하였으며, 시네마의 진동은 음향으로 인한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 전문가가 현장을 둘러보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해 롯데측을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그 전문가라는 교수가 전문가라는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근거로 이견을 갖는다.

우선 필자와 같은 토목 엔지니어가 보기에는 이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초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반공학적 문제에 의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건축 전문가인 건축구조 전공 교수가 볼 때에는 건축구조만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므로 '건축구조공학 측면에서'라는 단서를 붙였어야 한다.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진 상태로 아직도 존재하지만 건축과정에서 일어난 기초 지반의 침하가 원인이었으므로 건축구조의 문제는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건축구조 전문가의 판단을 일단은 존중하되, 그가 단서조건을 붙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안전한 듯”한 뉘앙스의 답변을 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본다. 아무튼 사면초가인 롯데측 입장에서는 구원투수를 만난 격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측 말로는 기초암반에 대한 지질조사 결과 지하 37m까지 내려가 연경암 부분에 파일을 세웠다고 하는데 1997년에 중앙지하개발이 실시한 과거의 지질조사에서는 기반암의 품질을 'very poor'로 판단했다고 한다. 토목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보고 판단을 하는데 일단 지표 지질조사, 시추 조사, SPT라고 하는 표준관입 조사, 공내 재하시험, 현장 투수시험 등 현장조사를 하고 실내에서 흙의 물리적 시험과 암석시험을 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한다. 그 당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신축 부지는 한강을 매립한 곳으로 최상층부터 아래 방향으로 매립층-충적층-홍적층-모래 및 자갈-풍화대-기반암 순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당시의 보고에 의하면 코어 회수율 및 RQD가 매우 불량하다고 되어 있다. 코어 회수율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여 설명을 해 보겠다. 코어 회수율은 속이 빈 긴 강철제 원통을 관입시켜 암석을 채취했을 때 관입 길이에 대해 회수된 암석편의 길이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코어의 끝날에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붙여서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암을 뚫고 들어가는데, 이 때 암이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회수율이 높고 불량암은 산산조각이 나어 회수율이 낮다. 일정 길이 이상되는 암석을 가지고 회수율을 구하므로 연암은 일정 길이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RQD는 rock quality designation의 약어로 암질지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코어 회수율이나 RQD는 100에 가까울수록 경암에 가까운 것이다.

롯데건설은 경암반위에 말뚝을 시공했다고 밝혔는데, 직경 1m인 PRD로 시공했다고 발표했다. PRD란 Percussion Rotary Drill 공법의 약어로 직경 600~1000mm까지의 소구경 파일에 적용하는 공법이고, 이보다 더 직경이 큰 대구경이 되면 RCD 파일이라고 하는 현장타설 말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건설측의 단호한 입장은 공사엔 아무런 하자도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공학적 설계는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이미 설계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설계를 바탕으로 열심히 시공을 하면 틀림없이 설계대로 정밀시공을 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굳게 믿게 되는 것이다.

1994년에 붕괴된 성수대교도 사전에 여러 차례 붕괴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성수대교의 붕괴된 파단면에 정확히 “핀”(이를 전문용어로 게르버 내부 힌지라고 한다)이 있었고 그 핀 부위에 이미 응력의 집중에 의한 이상 징후가 왔을 것이다. 사람이 X레이를 찍는 것처럼 핀을 방사선 촬영하였더라면 힌지 핀의 내부의 결함이 발견되었을 것이며, 그것을 떠나 외관상으로도 내부 힌지 부분은 회전이 허용되는 구조이므로 육안으로도 잘하면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199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에는 유지관리라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몇 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한강교량 전체를 형식적으로 장부에 체크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의 경우를 보자. 1936년에 준공을 했지만 그 많은 유지관리 인력이 상주하며 매일 일상점검을 하니 80년을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도 건재한 것이다.

삼풍백화점 역시 붕괴가 임박해서는 붕괴의 신호들을 보냈다. 기둥과 옥상 슬래브 쪽에 이미 이상 징후가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은 폭파해체된 것처럼 붕괴되어 버렸다. 붕괴의 초기 신호탄은 균열이다. 언론 보도의 사진에 나타난 제2롯데월드의 바닥 슬래브의 균열은 건조수축균열의 크기 치고는 너무 크며 그렇다고 롯데 측이 말하는 1960, 70년대를 표현하기 위한 컨셉으로 일부러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롯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초음파장비(PUNDIT 등)를 이용해 초음파를 관통시켜 균열의 심도(깊이)를 측정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정말로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구조적 문제인지가 말이다. 제2롯데월드에는 지금 불길한 징조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이러한 전조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여기저기 나타나는 것은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는 것처럼 대재앙에 대한 예고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만일 PRD로 시공했다고 하는 기초 파일 중 몇 개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러한 케이스는 지하 37m에 존재한다는 경암이 실제로는 경암이 아닐 경우 파일 선단부가 허공에 뜬 것과 같이 거동하여 파일 주변의 몸통과 지층에 존재하는 흙 사이의 마찰력만으로 지지되는 상태를 가정해 볼 수 있다.

그 경우 과자박스가 틀어지는 것처럼 건물이 비틀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비틀림 전단에 의해 아쿠아리움의 수조를 비틀어 버릴 수도 있으며(이 안엔 무려 5000톤이 넘는 물이 있다) 또 기둥의 네킹현상과 보의 균열을 유발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설계한 엔지니어들이 경암이라고 판단한 기반암이 실제로는 경암이 아닐 경우(97년의 시추 데이터로는 절대로 경암이 아니다) 석촌호수의 물들이 만들었을 지하 수로가 또 다른 싱크홀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부 공동에 지하수가 차 있다면 토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하수가 빠져 나가고 남은 공동은 당연히 취약구조가 된다. 만일 기초 파일의 부실과 지하 싱크홀이 맞물린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예사롭지 않게 와 닿는다.

▲ 필자 민정욱 씨. (주요 경력) 구조공학박사 / 토목품질기술사 /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이사 ⓒ 민경욱
12월 16일엔 급기야 현장의 비계 해체 인부가 추락사를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축주와 시공사는 조기 개장을 서두르기에 앞서 지금 당면한 안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한 두명의 전문가에게 의뢰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에게 의뢰하여 정밀 점검을 받아야 한다. 토질 및 기초 전문가와 건축구조 전문가, 토목 및 건축품질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전문가 집단을 구축하여(교수와 실무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종합 판정을 하여 안전을 보장받아야만 한다.

* 노동자 추락사고와 관련해 롯데 측은 1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에서 롯데는 "누수와 진동으로 우려가 있었던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협의 후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 기관의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롯데월드몰 전체에 대한 외부 안전점검을 통해 안전 저해 요소들을 제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롯데 측이 보여준 태도를 볼 때 '안전 점검'에 대한 약속이 얼마나 철저히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제2롯데월드가 '하인리히 법칙'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재앙적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토목구조공학박사인 민정욱 씨가 기고를 보내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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