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씨 비선 실세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수사의 큰 방향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문건 유출 건에 대해 청와대에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모 경위에게 형법상의 '공무상 비밀 누설'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검찰은 정윤회 씨와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수사를 마칠 경우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파문'의 실체는 '찌라시'로 결론이 나고 문건 유출자들에 대한 처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 발생 즉시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조사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 검찰 '청와대 시나리오'대로…'십상시' 모임 부실 수사)
검찰 관계자는 16일 "'본류'(문건의 진위 여부) 수사는 100%는 아니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며 "문건 진위에 대한 부분의 조사는 고소인과 여러 사람들을 조사해 어느 정도 확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세계일보> 기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계일보> 소속 기자 1명은 문건의 진위 여부(명예훼손 사건 수사)가 아닌 문서 유출 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문건 유출 수사, 결론은?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며 들고 나온 청와대 내부 문서들을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 보관해 오던 중, 한 경위가 이를 복사했고 지난 12일 자살한 최모 경위가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은 "청와대에 있는 문건이 복사돼 나와서, 그것이 경찰관을 통해서 언론사에게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한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용이 찌라시에서 나온 것인데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건 내용의 진위를 떠나 그 안(청와대)에서 생성되는 것은 유출돼선 안 된다는 게 법의 기본 취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촉발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즉 'VIP 측근 동향'에 대해서도 "대강 결론이 났다고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희가 파악한 것으로는 한 명이 출처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검찰이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박관천 문건'의 출처가 같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박지만 문건'에 대해서는 "소위 '박지만 문건'은 박관천 경정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기가 취득한 (것으로 주장한) 문건"이라며 "이 부분은 별도로 범죄가 성립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즉 '박지만 문건'은 역으로 기자 등에게서 수집해 청와대로 올린 문서이기 때문에 '유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7인회 실체 없어…박지만, 미행 의심했으나 '오토바이', '자술서'는 사실 아냐"
검찰은 청와대가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7인회'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7인회 모임에 대해 여러가지 실제 수사와 다른 얘기가 오가는데, 청와대로부터 받은 자료들 중에서 '7인회가 유출 배후'라고 지목한 내용의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유출 경위서' 문건에 대해서는 "박관천 경정이 작성해서 청와대로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경정이 자살한 최 경위를 통해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최 경위가 자신이 유출 출처임을 숨기려 만든 '가상의 경로'가 담겨 있다는 것이 검찰이 이 경위서를 보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언론으로의 유출도, 이에 대한 거짓 해명도 자살한 최 경위의 책임으로 보는 셈이다.
한편 검찰은 전날 조사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조사 내용에 대해, 박 씨가 "오토바이 미행자를 잡아 자술서를 받았다고 보도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박 씨가 미행을 당한다고 의심한 것은 맞다"며 "실제 미행이 있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박 씨를 재소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응천 전 비서관이나 정윤회 씨에 대해서는 박 씨의 진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재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이나 정 씨를 박 씨와 대질조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단언했다.
'韓경위 아내 강압수사' 보도에 검찰 "열쇠 용도 확인차…"
검찰은 전날 JTBC 방송에 보도된 한모 경위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 시도' 발언(☞관련기사 보기 : 한 경위 "靑 민정수석실 관계자 만났다"...회유 의혹 증폭)에 대해서는 "변호인도 '한 경위가 인터뷰한 것이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며 "저희가 모르는 부분이고 저희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그 부분을 바로 확인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한 경위의 아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취지로 밝힌 데 대해 "한 경위가 가지고 있던 열쇠의 용도에 대해 진술을 안 해, 부인을 불러 열쇠 용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모른다'하면서 '남편에게 확인해보겠다'고 해 검사실에서 한 경위를 만나게 해 줬다"며 "당시 한 경위는 포승줄에 묶여 있지 않았고, 그 외 수사와 관련해 한 경위와 부인을 대질 조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국민일보>는 한 경위의 아내가 "검찰이 나를 청사로 불러 수갑 차고 포승줄에 묶인 남편과 대질하며 '(문건)원본이 있는 곳을 대라'고 추궁했다"며 "'박관천 경정과 최 경위가 이미 자백했는데 남편 분만 입을 안 열고 있다'고 추궁했고 끝내 남편과 나를 대질신문까지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경위의 아내는 "검찰이 지난 9일 남편을 체포하면서 남편과 딸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는데, 딸의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며 나에게 오라고 해서 11일 검찰청에 갔는데 이상한 조사가 시작됐다"며 "수사관이 '남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원본을 어디다 뒀냐. 사모님은 알고 계시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살한 최 경위에 대해 "(사망 1주일 전쯤) 우리 집 앞에 찾아와 남편에게 '자살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때 남편은 '절대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 떳떳한데 왜 죽냐'고 다독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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