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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 조현아…우린 현대판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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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 조현아…우린 현대판 노예인가?

[민교협의 정치시평] 모욕의 정치를 넘어서기 위하여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도대체 얼마나 더 모욕을 받아야 할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마땅히 누려야할 지위는 물론, 최소한의 정치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제는 심지어 인간으로서의 품위까지도 모독당하는 현실에 처해졌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말들이 일상적으로 날뛰고 있다. 십상시라는 어느 전제군주 시대에나 나올법한 말이 태연하게 들린다. “찌라시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청와대 실세가 진돗개라는 웃기는 소리가 버젓이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그 가운데 거짓 문건을 작성하여 나라를 뒤흔든다는 질책에 이어 정반대로 문건 유출이 문제라는 모순된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동생과 전 비서실장의 권력다툼이라고 떠든다. 또 어떤 사람들은 청와대 문고리 세력이 문제라고 말한다. 또는 비서실의 권력 운운하다가 비선라인 문제라고도 한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아니 도대체 그들끼리의 싸움에 왜 전 국민이 혼란에 빠져 허덕여야 하는가? 언론은 오직 그들끼리 그들의 이익과 연줄, 이른바 “라인”에 대해, 그들의 권력 다툼에 대해 줄기차게 떠들고 있다. 그 가운데 가끔 종북 좌파 소리도 흘러나온다. 

대관절 정치가 무엇이기에 국민들을 이렇게 희롱하고 바보 취급하며 모욕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국가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나? 한 국가에서 국민이란 근본적으로 어떤 존재일까? 이런 정치 난장에서 나의 삶의 자리와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대관절 국가는 무엇이며 정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기에 그들끼리 이렇게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가 알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도대체 알아야 될 필요도 없는 일이 아닌가. 

100조 원이 넘는 돈이 허공에 사라져도, 강이 죽어간다고 그렇게 떠들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우리의 세금으로 우리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멋대로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적으로 활동해도 아무런 문책도 받지 않는다. 국정원과 기무사는 누구의 기관이며 누구의 군대인가? 멀쩡한 사람 300여 명이 하루아침에 죽어가도 왜 죽었는지 모른다. 대충 몇 명 재판받고 대충 안전 기관 몇 가지 건드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듯이 말한다. 

그 가운데 국가 안보를 책임질 능력이 없으니 미국에 지휘권을 맡기고, 그들이 원하는 무기를 그들이 원하는 가격에 사야한다는 소리가 당연하게 들리고 있다. “욱하면 임 병장, 참으면 윤 일병”이란 소리에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만 하는 부모들은 애간장이 터지고, 학생들은 입시에 취업에, 알바자리에 목을 매고 살아간다. 종교인들은 종교자유라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세금조차 내지 않겠다고 한다. 그 사이 월급쟁이들의 소득은 유리거울이 되어 세금은 날로 올라만 간다. 그 가운데 노동하는 우리는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또 무슨 소리인가, “땅콩 회항”? 기내 서비스를 문책하는 과정에서 멀쩡한 직원을 무릎 굻렸느니, 쌍욕을 했다느니 떠들고 있다. 200여 명이나 탑승한 비행기를 자기 사유물로 여기는 총수의 딸이 부린 난장판이 아닌가. 또 무슨 주식인지를 발행하더니 재벌 총수의 아들딸은 하루아침에 4조 원이 넘은 돈을 물려받는다. 4조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만 년을 벌어야 겨우 근처에라도 가볼 수 있는 돈이다. 그게 정의인가?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모두들 망각 증세에 빠져 이어지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사건 뒤를 따라다니면서 욕하고 SNS 조회 수에 신경이나 쓰면서 울분을 토하는 가운데 사건들을 잊어가고 그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볼 수도 보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는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우리는 철저히 가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 가운데 그들은 여전히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우리가 삶에서 소외되고, 생활세계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존재의 영역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또 3년 뒤면 선거 한 번하고 투표결과에 일비일희 하다가 또 다시 이런 비리에, 이런 권력다툼에 화내고 울분을 토하면서, 빠듯한 통장 잔고나 보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수능 성적에, 취직에 목매면서 비정규직 보다 정규직을, 월급 인상에 온 마음을 쏟으면서 술 마시고 노래하면서 살고 있을 테지. 우리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인간을 정치인으로 만드는 데 목소리를 높이다가 그렇게 지쳐갈 테지.

우리는 현대판 노비들이다. 가장 훌륭한 노예는 자신이 노예인지 모르는 노예들이다. 지금 자각하지 않으면,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지금 말하고 행동하면서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그나마 자유롭게 소리치는, 그러나 노예의 삶을 사는지도 모르는 그런 노예로 살아갈 것이다. 정치가 그들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면, 국가의 모든 것이 국민에 의한 것이라면, 기업이 이룩한 부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노력하여 이룩했다면 우리는 말해야 하지 않는가.

계몽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이성을, 자신의 지성과 판단을 스스로 수행하는 사람이 계몽된 시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근대의 계몽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이미 200년도 이전에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계몽된 시민인가, 아니면 국가의 신민인가? 우리는 재벌의 머슴인가, 아니면 내 삶을 스스로 해결하는 생활인인가? 우리는 자본의 논리를 충실히 뒷받침하는 “호갱”인가, 아니면 자각한 소비자인가? 그 모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자각과 성찰, 계몽과 실천이 없이는 결코 자유로운 시민으로, 독립된 개체로 살아갈 수 없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희망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노예의 삶에서 해방되는 길은 자각과 해방의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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