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직원-소비자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전라북도 임실 치즈마을에 떴다. 치즈마을 사무국장인 이동훤 조합원의 부르심(?)에, 서울·광주·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24명의 조합원이 임실 치즈마을을 찾았다.
애초 치즈 마을 탐방은 호남 지역 조합원들을 위한 일정이었다. 20여 년간 임실 치즈마을 사업에 관여하며 마을 지킴이가 된 이 조합원은 지난해 가을 결성된 프레시안 호남 조합원 모임에서도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각자 사는 이야기도 하고, 독서 토론을 하는 호남 모임에 이 조합원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그러나 다른 조합원들은 갈수록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고, 결국 이 조합원은 호남 모임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다른 호남 모임 조합원들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만나는 간격을 두 달에 한 번으로 조정하는 대신 예전보다 좀 더 즐길 거리를 향유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모임을 치즈마을 체험으로 정한 것.
호남 모임에서 전국 모임으로 판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한 건 김형규 조합원이었다. 김 조합원은 지난 10월 18일 열린 일일호프에 갔다가 일일호프 기획단이 아님에도 어쩌다 보니 주방 일을 도맡아 하고,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조합원은 호남 모임에서 임실 탐방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고, 일일호프 기획단 조합원들이 '나도, 나도' 하며 손을 들었다. 얼떨결에 일이 커진 호남 모임 팀은 대규모 탐방단을 맞이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하며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조합원들이 단체로 지방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 원주, 9월에는 충청남도 홍성에 다녀왔다. 그러나 장소 섭외부터 프로그램 구성까지 소비자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탐방은 처음이었고, 그렇기에 조합원들의 기대감은 더욱 부풀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나눔'이었다. 탐방 당일은 마침 임실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조합원들은 장터 곳곳을 구경하며 함께 나눠 먹을 음식과 재료들을 구매했다. 사전에 먹을거리를 준비해온 이들도 있었다. '호남 모임' 김종근-정가야 부부 조합원은 전날 갓 담근 김장 김치와 담양 산 수제 막걸리를, 광주에서 떡 전문점을 운영하는 천정수 조합원은 직접 짠 들기름과 꿀떡을 준비해왔다. 조합원들은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눠 먹고, 퀘소블랑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함께하며 추억을 쌓아올렸다.
진지한 이야기도 오갔다. 지난 1년 동안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프레시안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어떻게 다질지 조합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사는 곳도 다르고 이전에 만난 적도 없지만, 프레시안이라는 공통분모에 대해 논의하면서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탐방에 함께하지 못한 조합원 여러분들께도 이날 나누었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의견이 퐁퐁 솟아오르길 기대한다. 편집자
"정보 공개가 조합원 간 신뢰 만든다"
프레시안 : 이동훤 조합원의 경우 마을 사업에 관여했으니 프레시안 경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레시안 협동조합에도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동훤(호남) : 경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조합원들이 조합 운영 상황을 알 권리가 있다,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이해하든 못하든 간에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 신뢰가 쌓이는 거다. 치즈 마을 사업 경영에도 관여하고 보니, 조합에선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경영 상황을 공개한다는 것은 조합의 문제점을 공유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이 의외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지 않겠나. 조합원이 2000명이 넘는데, 그들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프레시안 조합원들은 다 똑똑할 텐데, 그런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일일이 정보를 공유하는 게 소비자 조합원들에게는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이동훤 : 소비자 조합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프레시안은 직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 구분이 있다 보니 직원 조합원이 이끌어가는 형태로 조합이 굴러간다. 그러다 보니, 고민의 몫이 직원 조합원들에게 치우쳐져 있다. 그런데 소비자 조합원들도, 조합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아야 함께 고민할 게 아닌가.
이영순(호남) : 조합원들은 수혜만 받고자 하지 않는다. 같이 고민하고 싶어한다. 친구 관계도 그렇지 않나. 나한테 좋은 말만 하는 친구보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하는 그런 관계가 더 좋지 않나.
"조합원 농산물 직거래 광고로 일석삼조"
프레시안 : 새겨듣겠다. 또 어떤 걸 조언하고 싶나.
이동훤 : 치즈마을에서는 주 수입이 관광객들의 치즈 만들기 체험비다. 그런데 체험 사업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일이다. 아마 체험 관광객이 없을 때의 경우 마을의 허탈감은 굉장히 클 것이다. 어떤 수입원을 창출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도 마찬가지다. 조합원이 많이 모이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다. 조합원들 중에 농업 등 생산 활동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분들이 조합원들에게 직판할 수 있게 지면 광고를 받는 거다. 그럼 소액이나마 프레시안이 광고료를 받을 수 있다.
김신아(서울) : 좋은 아이디어다.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도시에 사는 조합원들은 신뢰할만한 판매처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영순 : 직거래 광고를 통해 조합원들끼리 서로 생활에 개입을 하게 된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 나는 전북 장수에 산다. 지역에서 살다 보니, 나의 삶과 언론에서 떠는 이야기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걸 느낀다. 직거래를 통해 배춧값 폭락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공통의 관심사도 생기는 거다.
이동훤 : 그런 식으로 조합원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먹거리에 대한 위험이 커지는 상황인데, 믿고 살 수 있다는 유통 창구가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그게 협동조합이고 멤버십이다.
"조합원 강의, 조합원들을 위한 교류의 장이 되어야"
오지은(서울) : 조합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다. 프레시안에서 조합원 강의를 매달 진행한다. 주로 정치인, 저명한 교수들의 강연이었다. 이제 주제를 좀 바꿨으면 한다. 지금까지 해온 강의도 무척 좋았지만, 정치적 이슈를 주제로 한 강의는 이영순 조합원의 지적대로 우리 삶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밀착형 강의를 했으면 한다. 이를테면 친환경 세제, 친황경 비누 만들기 같은 강의. 아마 참여율도 더 높을 것 같다.
김신아 : 조합원분들 중에 훌륭하신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가진 경험, 지식을 공유했으면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허이령(서울) : 주제도 주제지만, 강의 형식도 문제다. 일방적인 강의에서 벗어나 토론하고 서로 교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다들 뿔뿔이 흩어져버려 아쉽다.
김신아 : 강의가 조합원들이 친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되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강의 주제가 마음에 들어서 갈 때도 있지만 나랑 친한 조합원들이 어떤 강의에 참석한다고 하면 따라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동훤 : 협동조합의 관건은 조합원들이 얼마나 똘똘 뭉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프레시안 조합원이 된 계기는 딱 하나다. 프레시안이라는 언론 자체보다도, 언론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조직이 과연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깨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해서 발전적인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만일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망한다면 조합원, 프레시안을 관심 있게 본 사람들 모두 실망할 것 같다. 어느 생활협동조합 한두 개 망하는 것보다 타격이 클 거다. 고민을 지겹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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