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의 연간 임금 상한선 규정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남한에 통보했다. 정부는 이 규정이 상위법인 개성공업지구법에 명시돼있는 "남북 사이에 맺은 합의서의 내용은 이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에 저촉된다고 판단,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남북 공동위원회를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 없이 바꾼 규정의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 50달러와 연 임금 상한선 5% 조항 삭제 △임금의 50% 수준으로 지급하던 가급금(초과수당)을 50~100%로 상향 △임금은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직접' 삭제 △'관리위-총국간 합의 하에 결정' 문구 삭제 등이다.
북한이 최저임금 기준과 임금 상한선 규정을 삭제한 것을 두고 개성공단에서 더 많은 수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임금을 종업원에게 직접 주는 조항을 변경한 것은 북한 당국이 직접 임금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관리위(개성공단관리위원회)-총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간 합의 하에 결정' 문구를 삭제한 것은 공단을 관리하는 북측 주체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관리위가 △근로자 채용 및 관리 △노력알선료 협의 △규정 위반 시 기업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총국이 일괄적으로 담당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은 현 단계에서 임금이 중요한 경쟁력인데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만을 추구해서는 경쟁력 상실은 물론 장기적으로 공단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지난해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단을 이른바 '국제적 기준'에 맞춰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임금도 그에 뒤따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우리는 임금과 세금, 노무 등의 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도록 수정하자는 것인데 그중에서 임금만 떼서 국제기준에 맞춘다는 것은 국제화에 대한 잘못된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중국 단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수준인 300달러까지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공단 입주기업들은 임금 150달러에 식비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노동자 1인당 220~230달러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시 만들었던 남북 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를 진행해나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당국자는 "공동위·분과위 등 남북 당국 간 협의 없는 일방적 임금제도 변경은 불가하다"며 "임금제도의 변경은 남북이 지난해 발전적 정상화 합의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남북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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