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립각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통일부로부터 북한 수해 현황과 지원 보고를 받은 후 "모든 국정을 선거의 유불리로 해석하는 풍토가 있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같은 민족의 재난에 대한 지원도 선거와 연결하니 안타깝다"면서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상회담과 관련됐다고 주저하지 말고 지원하라"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와 더불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진수희, 법의 엄정한 심판이 있을 것"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기소됐다"면서 "진 의원은 (대운하 보고서 유출, 이 후보 주민등록 초본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 지시에 의해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정권 차원의 정치공작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법의 엄정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6월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 후보의 대변인이었던 진 의원과 박형준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천 대변인은 "자기들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문건을 빼낸 것"이라면서 " 한나라당 양 후보 간 싸우다가 고소하고, 불리할 것 같으니까 고소를 취하하고 검찰에 압력을 넣는 등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 후보 역시 법적 책임을 피했을지 모르나 도의적 책임이 있을 건데 또 청와대 배후설을 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천 대변인은 "이번 주에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방문해 조사한다는데 어떤 권한으로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제기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단서라도 제시된 적이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 모든 발언과 보도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한나라당 공작정치 투쟁위원들이 국세청 등을 방문할 때 딴 데 가지 말고 청와대로 오라고 말하지 않았었냐'는 지적에 천 대변인은 "그 때는 항의 방문이라더니 이번엔 조사하러 온다는데 굳이 막을 이유는 없지만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예의를 갖춰 밝혀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김만복 감싸기' 나선 노 대통령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과다 노출' 비판을 받고 있는 김만복 국정원장을 감싸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외교부도 크게 수고했고 국정원, 국방부도 수고했다"면서 "국정원이 이번에 목숨을 건 기여를 했다"고 치하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많은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이 지켜져야 하고 잘 지켜지고 있다"면서 "국회에 활동이 낱낱이 보고하고 국회의원이 보고 받은 것을 공개하는 것이 현실이다"며 애먼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정원 활동이 무조건 공개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국정원에 가서 격려하겠다"고 김 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김 원장의 '과다 노출'에 대해 "오버"라는 지적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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