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운동본부는 8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정책'이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신의료기술 평가를 생략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비급여로 출시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통상 1년이 걸리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생략하고, 식약처 품목 허가에 걸리는 평균 80일로 평가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 식약처 품목 허가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제출한 임상연구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물리적 안전성과 단기적 유효성만을 평가하기에 평균 80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반면 신의료기술평가는 장기간 연구된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의료 행위의 부작용, 합병증, 사망 등의 전반적인 평가 과정을 거치기에 1년이 걸린다.
선진국에서는 통상 신의료기기는 한국보다 더 오랜 평가 절차를 거친다. 신의료기기 평가 절차를 마치기까지 미국에서는 13~15개월이 걸리고 영국에서는 약 2~3년이 걸리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에서는 그나마 1년 남짓했던 평가 기간마저 평균 80일로 단축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생략 조치는 의료기기와 관련된 안전 조치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인데, 이런 중대한 안전 규제 완화를 국회에서의 법 개정 없이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해치우겠다는 것은 행정 독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1년에 걸쳐 하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심평원에서는 법적 기한인 150일 이내에 해내야만 한다"며 "제조업체에서 유리한 문헌만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그간 신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2013년 동안 총 29건의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을 했는데, 이 중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안 돼 승인받지 못한 의료기기가 35%인 10건에 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기기 산업에 삼성과 같은 재벌이 진출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허용, 의료기기 규제 완화는 재벌 특혜 정책과 다르지 않다"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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