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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골든글러브, '진짜'와 '실제' 수상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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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골든글러브, '진짜'와 '실제' 수상자는?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2014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할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하는 2014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5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한 시즌을 마무리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와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투표를 통해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게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본래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을 배반하는 법. 역대 골든글러브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최고’라는 이름과는 맞지 않는 수상자를 배출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압도적인 활약을 하고도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수상에 실패하거나, 투표인단의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 수상자가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수상 자격이 충분한 선수가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예도 종종 나왔다. 후보자 선정과 투표가 ‘다승’이나 ‘타율’ 같은 기초적인 기록을 잣대로 이뤄진 탓이다. 투수의 승수나 타자의 타율은 선수의 실제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나도 불완전한 기록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201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후보자 43명의 면면을 보면 납득하기 힘든 선정 기준으로 후보에서 탈락하거나, 후보에 이름이 오른 선수가 여러 눈에 띈다. 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개인 타이틀이나 팀 성적 때문에 수상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도 보인다.

이에 <그린라이트>는 골든글러브 각 부문 후보자들을 2가지 상반된 기준으로 비교해 볼 참이다. 우선 진보적인 통계 지표들로 ‘진짜’ 이상적인 후보자와 수상자는 누가 되어야 할지 따져보고, 다음으로는 다승, 승률, 타율, 타점 등 ‘구식’ 기준으로 ‘실제’ 수상자를 예측할 것이다.

통계지표로는 선수의 개별 기록을 득점가치로 환산해 팀에 추가로 몇 승을 가져다주었는지 나타내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수비 영향을 배제하고 투수가 책임져야 할 기록만 추려서 평균자책점 형태로 나타내는 FIP(수비무관평균자책), 타자의 타격 성적을 출루율과 비슷한 형태로 보여주는 wOBA(가중출루율), 해당 선수가 리그 평균 선수보다 얼마나 득점에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wRAA(weighted Runs Above Average), 주루능력을 0~10점으로 평가하는 스피드스코어(SPD) 등이다.

투수


[이상] 골든글러브 투수 후보 명단에는 제1회 ‘최동원상’ 수상자인 양현종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임박한 김광현도 보이지 않는다. ‘방어율 3.20 이하이면서 13승 이상 또는 30세이브 이상’이어야 한다는 후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한해 류현진 경기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투수의 승리는 투수 혼자 잘 던져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이브도 팀 전력이 강하지 않으면 따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투수의 ‘방어율’은 투수 개인 능력이 아닌 팀 동료 수비수들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온전히 투수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려면 다승, 승률 등의 기록을 완전히 무시하고 볼넷비율, 탈삼진비율 등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양현종, 김광현과 두산 니퍼트는 마땅히 투수 부문 후보에 올랐어야 할 선수들이다. 양현종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삼진을 잡아냈으며, 리그 최악의 수준인 KIA 수비수들의 영향을 제외한 평균자책점에서도 밴 헤켄-밴덴헐크 다음으로 뛰어났다.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니퍼트(WAR 5.0)는 후보자 소사(2.3)에 비해 두 배 더 많은 승리를 추가로 팀에 가져다주었다. 소사의 평균자책점은 4.61로 타고투저 시즌을 고려해도 매우 높은 편인데 순전히 ‘승률왕’이라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반면 평균자책 3.42에 13승을 올린 SK 김광현은 후보에서 탈락했다. 웃기는 일이다.

양현종, 니퍼트, 김광현 대신 한현희, 봉중근, 손승락 등 불펜투수들이 후보에 오른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불펜투수는 선발에 비해 극히 적은 이닝만을 투구하며, 8~90년대처럼 100이닝 이상 던지거나 오승환급 성적을 내지 않는 한 선발투수만큼 팀에 기여하기가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투수 황금장갑을 차지한 손승락이 추가로 팀에 가져다준 승수(1.8)는 같은 팀 중간계투요원 강윤구(2.6)보다도 적었다. 정 불펜투수들의 공헌에 포상을 해야 한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하듯이 불펜투수를 위한 상을 따로 제정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 부문 수상자는 누가 되는 게 맞을까? 밴 헤켄 외에 다른 선수의 수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밴 헤켄은 리그에서 니퍼트 다음으로 적은 비율로 볼넷을 허용했고, 가장 많은 7.2승을 추가로 팀에 가져다주었다. 수비 영향을 배제한 평균자책점도 압도적으로 빼어났다.
[현실]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 밴 헤켄은 다승 1위에 그 어렵다는 ‘20승’을 달성한 투수다. 둘의 2파전이 예상되지만, 아무래도 내년에도 한국 무대에서 뛸 예정인 밴 헤켄이 득표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밴 헤켄이 아닌 다른 ‘엉뚱한’ 선수가 수상한다면? 골든글러브 시상식장 앞에 척화비를 세울 것을 권한다.
포수


[이상] 두산 양의지는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리그 포수 중 가장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했다. 이에 가중출루율은 웬만한 팀 중심타자 수준인 0.369에 달했고, 리그 포수 중 유일하게 득점기여도에서 ‘플러스’ 수치를 기록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삼성 이지영과 비교하면 2승을 추가로 팀에 가져다주었다. 그나마 양의지와 경쟁할 만한 성적을 낸 선수는 강민호, 정상호 정도, 그러나 두 선수는 ‘타율 미달’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양의지 말고는 받을 선수가 없다.
[현실] 양의지의 소속팀 두산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는 게 변수다. 물론 그게 양의지 탓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에게 표를 줄 ‘핑계’가 된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삼성 이지영, 14년 만의 노히트노런 포수로 이름을 올린 NC 김태군이 상당 부분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1루수


[이상] 넥센 박병호는 본즈급 볼넷 비율을 자랑하면서 가장 높은 가중출루율과 가장 높은 득점기여도를 자랑했다. 7.7승의 WAR은 리그 타자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비교할 만한 선수는 박병호보다 높은 장타율(0.688)을 기록하면서, 웬만한 팀 1번타자급 주루능력(SPD 6.75)을 자랑한 NC 테임즈.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박병호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이다. 박병호의 무난한 수상.
[현실] 박병호는 1루수 중 가장 많은 득점, 홈런, 타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수상이 확실하다.
2루수



[이상] 넥센 서건창과 삼성 나바로의 2파전. 서건창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비율의 삼진을 당하면서도, 웬만한 4번타자급 장타율(0.547)을 기록했다. 0.438의 압도적 출루율을 바탕으로 나바로보다 높은 OPS와 득점기여도를 보였다. SPD로 나타나는 주루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인 10.58에 달한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서건창이 수상해야 한다. 한편 한화 정근우는 빼어난 성적에도 ‘타율 미달’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2루수 부문 후보 자격은 ‘타율 3할’이다.
[현실] ‘설마 시즌 MVP 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못 받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1998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길 바란다. 그해 OB 우즈는 시즌 MVP를 수상했지만, 정작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1루수 부문에서 이승엽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물론 서건창이 그런 일을 당할 가능성은 0%다.
3루수


[이상] 삼성 박석민은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리그 3루수 중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6할대의 무시무시한 장타율과 4할대 출루율은 다른 팀 4번타자들보다도 나은 기록. 또 후보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볼넷을 얻으면서 가장 적은 삼진을 당한 선수다. 황재균보다 두 배가량 많은 득점을 창출해낸 박석민에 비교할 만한 후보자는 없다. 한편 KIA 이범호는 리그 3루수 중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을 내고도 후보에서 제외됐는데, 역시 타율 미달(0.290)이 이유다. 이범호는 타율은 0.269였지만 홈런(19개)은 3루수 중 2위, 장타율(0.497)은 3위, 타점(82점)은 1위를 기록했다.
[현실] 전 경기에 출전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맹활약했으며, 3루수 중 가장 높은 타율(0.321)과 가장 많은 안타(156개), 도루(17개)를 기록한 롯데 황재균이 꽤 많은 표를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27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팀을 우승까지 이끈 박석민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
유격수


[이상] 넥센 강정호는 유격수 부문이 아닌 전체 타자들을 대상으로 해도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0.459의 출루율은 웬만한 강타자의 장타율과 비슷한 수준이며, 0.739의 장타율은 어지간한 주전급 타자의 OPS와 비슷하다. 5할대의 wOBA는 100년 넘는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46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강정호는 함께 후보에 오른 김성현, 김상수보다 70점 가까이 많은 득점을 창출했다. 강정호가 팀에 추가로 가져다준 승수는 9.9승으로 MVP를 수상한 서건창(8.1)보다도 1.8승이나 많았다. 실질적인 2014프로야구 MVP는 강정호였다.
[현실] 도루 1위를 차지한 김상수는 예년 같으면 유격수 부문 수상을 노려볼 수도 있는 성적을 냈다. 프로야구 역사에 타율 0.288에 장타율 4할대를 기록한 유격수는 흔치 않다. 그러나 같은 포지션에 ‘평화왕’ 강정호가 있어서 많은 표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강정호가 미국에 진출하는 내년 시즌 수상을 노려보시길.
외야수


[이상] 삼성 최형우는 외야수 중 가장 높은 장타율(0.649)을 기록하면서도 삼진 당하는 비율은 12.6%로 팀 동료 박한이(13%)보다도 낮았다. 대개 홈런과 삼진이 비례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올해 최형우는 가장 이상적인 타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롯데 손아섭은 많은 볼넷과 적은 삼진을 기록하며 4할대 출루율-5할대 장타율을 기록했다. 대체선수대비승수(WAR)는 외야수 중 가장 많은 6.7승을 기록했는데, 올해 롯데의 팀 성적을 고려하면 손아섭의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NC 나성범은 볼넷/삼진 비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높은 장타율과 주루능력(SPD 6.68)으로 리그 중견수 중 최고의 성적을 냈다. 역대 프로야구 중견수 중 30홈런을 쳐낸 선수는 박재홍과 이병규(9번), 데이비스 이후로는 나성범이 처음이다. 이택근, 박용택, 이병규(7번), 김강민도 좋은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손아섭-최형우-나성범 3인방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현실] 외야수 중 가장 많은 홈런(31개)을 쳐낸 삼성 최형우는 수상이 유력하다. 30홈런-100타점을 올린 NC 나성범도 스타성을 고려하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 남은 한 자리는 4년 연속 수상에 도전하는 손아섭(타율 0.362), 두산의 간판타자로 떠오른 민병헌(타율 0.345), LG와 4년 계약을 체결한 박용택(타율 0.343) 중 하나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성적만 보면 손아섭이 받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롯데의 팀 성적과 별다른 개인타이틀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지명타자


[이상] 지난해 친정 두산으로 컴백한 홍성흔은 복귀 2년 차에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많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율 4할대(0.405)를 기록했고, 이를 통해 높은 득점생산력을 발휘해 보였다. 38세 타자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0홈런을 때려낸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세 후보 간에 성적 차이가 크지 않아서, 어느 선수가 받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현실] ‘라이언킹’ 이승엽은 역대 38세 이상 타자 중 최다홈런인 32홈런을 기록했다. 타점과 득점도 지명타자 요원 중 가장 많았다. 게다가 소속팀도 우승으로 이끌었다. 투표단의 표심은 ‘회춘’한 국민타자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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