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암살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영화를 제작한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가 해킹을 당해 배후로 북한이 지목돼왔다. 이에 북한은 이번 해킹이 북한을 지지하는 누군가의 '의로운 소행'이라며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고 있다.
7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에서 소니사 해킹에 대해 "해킹 공격은 우리의 반미공조 호소를 받들고 떨쳐나선 지지자·동정자의 의로운 소행이 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소니가 미국 땅 어느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지, 무슨 못된 짓을 저질러 봉변을 당했는지는 모른다"며 이른바 '북한 해킹설'을 부인했다.
대변인은 자신들에게 해킹 누명을 뒤집어씌우려고 남측이 미국과 동조해 근거 없이 자신들과 해킹을 연계시키고 있다면서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하다가는 세계적 판도에서 벌어지는 반미성전의 도가니 속에 말려들어 무서운 징벌을 면하지 못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서도 해킹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대표부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VOA)방송에서 소니 해킹에 북한을 결부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해킹과 해적판 등을 금지하는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해킹을 당한 소니 측은 이번 해킹이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는 해커들의 소행인지, 북한이 배후 조종을 했는지 등을 여부에 두고 조사에 나서고 있다. 소니 측이 조사를 의뢰한 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케빈 맨디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해킹이 조직화된 단체에 의해 유례없고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각) 맨디아 사장이 마이클 린튼 소니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한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이번 공격의 범위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다뤄왔던 것과 다르다"며 "자료 파괴와 함께 비밀 정보를 공개하는 것, 두 가지 모두가 이번 공격의 목적"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맨디아 사장은 "중요한 사실은 어떤 조직적인 단체가 사전에 잘 계획된, 유례없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슈아 캠벨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변인도 맨디아 사장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일반적인 컴퓨터 바이러스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추적이 안 되는 기술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인터뷰>는 김 제1위원장의 인터뷰를 위해 평양으로 들어간 미국의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로 제작단계부터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8일 이 영화를 두고 '극악한 도발행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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