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관피아방지법, 물건너가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는 우리 사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상징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관피아’의 퇴치를 위한 ‘관피아 방지법’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과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입법화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이어서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즉 ‘관피아 방지법’도 덜컥거리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및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는 일부 의원의 반대로 처리가 보류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에게 가장 커다란 불신을 받고 있는 국회가 김영란법에 이어 ‘관피아방지법’조차 이렇게 유야무야시킨다면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그 불신의 늪이 장차 어떠한 파장과 궤적을 그려낼 지 가히 예측불허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통법부’, 행정부 예산안 99% 그대로 통과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고 국가 살림의 중심인 예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는 참으로 중요한 업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예결특위’에서는 해마다 ‘쪽지 예산’과 자기지역 예산 따내기만 성행한다. 우리나라 역대 국회의 행정부 예산안 수정은 겨우 1%에 그치고 있다. 99% 정부여당의 의도 그대로 통과되니, 이야말로 ‘통법부’의 전형적 모습이다. 민의의 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부정이다.
더구나 그 속내를 살펴보면, 국회는 예산에 대한 감시를 ‘느슨히’ 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1%의 예산을 받는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1%만 떼어주고 나머지 99%를 지켜낼 수 있으니 이보다 쉬운 거래가 따로 없다.
쪽지 예산, 철폐해야
그렇다면 야당은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가? 예를 들어, 2014년도 예산안을 기준으로 국회 예결위원회가 감액한 3조 원 중 여당은 1조 6000억 원(55%), 야당은 1조 3000억 원(45%)을 나눠 가졌다. 즉, 겉으로만 보면 그리고 언론 보도로만 보면, 그토록 으르렁대기만 하던 여야가 사이좋게 그만큼의 증액 분을 챙겨간 것이다.
이는 다시 여야 예결위원들에게 배분된다. 각 위원들은 지역구 유지나 동료 의원들에게서 받은 예산 민원, 이른바 ‘쪽지 예산’을 슬쩍 끼워 넣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은 공생관계가 된다. 국민의 혈세가 이렇듯 허술한 과정을 거쳐 마치 ‘주인 없는 공돈’처럼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이 ‘쪽지 예산’은 계획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결정된 것이 많아 대부분 사업타당성이 약하고 결국 집행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국민의 혈세에 대한 범죄라 할 수 있다. ‘쪽지 예산’은 폐지되어야 하고, 공식적인 문서화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독립적인 회계감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에서 예산안은 매년 9월 1일 의회에 제출되어 연방의회의 제1독회를 거쳐 (정당 소속의 정책위원을 포함하여) 전문성을 갖춘 예산위원회의 심의만 꼬박 3개월이 소요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 회의에 회부되어 제2독회와 제3독회를 통해 의결된다. 미국,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심의 기간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 나라도 행정부가 예산안을 작성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회계감사원에 의한 사실상의 ‘사전 감사’ 과정을 거쳐야 예산안이 적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처럼 행정부가 독주하는 예산안이 아니라 의회와 회계감사원의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결산 심사는 미국의 경우 별도의 심사제도가 없이 의회에 설치된 회계감사원에서 연중 상시적으로 실시하며,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영국은 독립된 회계검사원의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받아 시행한다.
국가 예산은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사안이다. 이 중요한 예산 심의를 언제까지 지금처럼 비체계적이고 무책임하게 운용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에 지친 국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그 혈세로 어렵게 만들어진 국가 예산은 국가 발전과 국민 복리를 위하여 가장 소중하고 정확하게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회계감사원이 의회에 설치되거나 대통령 혹은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갖춰야 하며, 전문성을 보유한 예산위원회에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치밀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는 99% 통과율과 쪽지 예산부터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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