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진룡 장관이 적임자로 인사조치"

유진룡 폭탄 발언 적극 반박, '진실게임' 양상

청와대는 5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국ㆍ과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평가와 함께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하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해당 국ㆍ과장에 대한 인사는 유 전 장관이 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는 문체부 국ㆍ과장의 교체를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전 장관이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뒷받침한 데 대한 반박이다. 

민 대변인은 "지난해 5월 29일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체육계의 비리가 주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었다"며 "이에 따라 대통령은 해당 수석실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체육계의 오랜 적폐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유 전 장관이 체육단체 운영 비리와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하지만 당시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했고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어서 적폐 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며 "이후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에 따른 결과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작년 8월 21일 유 장관 대면보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체육계 적폐 해소 지시에 문체부가 제대로 부응하지 않고 있다는 민정수석실의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채근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체육계 적폐 해소'였을 뿐, 해당 국ㆍ과장에 대한 인사는 유 전 장관이 했다는 취지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당시 해당 국ㆍ과장을 실명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 말씀을 자세히 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해명은 정윤회 씨가 승마 선수인 딸 문제와 관련해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을 통해 인사에 개입, 박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과는 차이가 크다. 이로써 사태는 청와대와 유 전 장관 사이의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