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내 언론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묵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세레나 호텔에서 김 원장의 모습을 포착해 일제히 보도했다. 김 원장은 TV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인터뷰 하면 안 되는데…"라면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
이를 두고 정보기관의 수장답지 못한 모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김 원장의 이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도 곱지 않다.
열흘 간 아프간 현지에서 진두지휘한 국정원장
국정원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 달 22일 아프간 현지로 출국해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 본인은 "우선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한데 아프간 현지 가즈니에서 서울까지 통신이 잘 안 된다. 통신이 잘 안돼 협상 진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을 사용하면 감청될 가능성이 있고 상대측이 알 수 있어서 현지에 와서 협상 지휘를 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인질사태가 발생한 직후 이슬람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테러정보통합센터에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적극 대응에 나서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아프간 현지를 직접 방문해 테러세력과의 협상 지휘를 하고, 또 그 후속처리과정에서 언론에까지 노출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동원가능한 모든 채널을 활용하기 위해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로 현지에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김 원장이 이미 파견된 외교부 고위 관리들과 협력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상황을 관리했다"면서 "청와대 관련부서에서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질 석방으로 딴 점수, 노출행보로 다 잃을라
19명의 잔여인질이 무사 석방되기까지 국정원은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도 높았다.
19명의 인질 신병이 우리 측에 넘어온 직후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 해결과정에서 국정원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더 높아졌다"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연이어 점수를 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측도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장 노출이라는 과유불급의 사태가 발생한 것.
2일 청와대 관계자는 "원장 본인이 직접 가겠다는 자기 의지가 강했다"면서 "카불에 안전지대가 세레나 호텔 밖에 없어서 노출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간 것은 간 것이고 국정원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며 인터뷰에도 응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의도적 노출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도 원장이 그렇게 노출될 줄은 몰랐다"고 편치 않은 심사를 드러냈다.
사태해결 직후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외교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고 말한 반면 국정원은 성가를 높였다.
하지만 김만복 원장의 노출, 비록 선글래스를 쓴 모습이었지만 첩보요원이 계속 언론에 노출된 것 등에 대해선 '아마추어적이거나 자화자찬식'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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