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로 인해 국내 유통되고 있는 외국산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조사 결과 발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내 원전들도 언제 후쿠시마 원전처럼 중대한 사태를 일으킬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태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3일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 원전에서는 수십년부터 사용하지 않는 부실자재가 국내 원전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부실자재 인코넬(Inconel) 600과 위험한 한국 원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그린피스는 "이미 40년 전 인코넬 600이라는 합금소재의 내구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인코넬 600은 니켈·크롬·철로 구성된 합금소재로, 원전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 등에 사용된다. 특히 증기 발생기 내부에는 인코넬 600으로 제조된 전열관(열교환기 역할) 수천여 개가 존재한다.
핵심자재 부실한 원전 여전히 가동 중
1970년대 중반부터 인코넬 600은 내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돼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인코넬 690을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국내 원전 관리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인코넬 600이 오래 쓰면 재질의 특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시인했지만, "지금도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원전국의 가동 원전 67기에서 이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500개가 넘는 전세계 원자로 중 10% 정도만 아직 인코넬 600을 새로운 자재로 교체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국내에서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23기 중 절반이 넘는 14기에서 여전히 인코넬 600을 사용할 만큼 대응이 뒤쳐져있다.
또한 그린피스는 "미국은 인코넬 600이 부실자재라는 점에서 제조사에게 교체비용을 부담시킨 반면, 그동안 국내에서는 인코넬 600이 사용된 증기발생기 등을 교체하는데 무려 6조2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이고서도 국민에게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사고 빈번, 교체비용도 국민 전가
인코넬 600 문제는 국내 원전에서 이미 현존하는 위험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남 영광의 한빛 3∼6호기, 경북 울진의 한울 3·4호기 등 총 6기에서 이미 균열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10월 냉각수 유출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한빛 3호기를 포함해 모두 12차례 인코넬 600과 관련한 사고 및 고장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2002년 한울 4호기 사고의 경우 당시 인코넬 600 소재가 사용된 증기발생기 세관이 파열돼 45톤 상당의 방사능 냉각수가 누출돼 백색비상이 발령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대규모 원전 운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30여년 전부터 인코넬 600으로 된 부분을 대부분 교체하거나 원전 자체를 아예 폐쇄한 상태"라며 "하지만 한국은 땜질을 늘리는 식의 미봉책으로, 위험천만의 '누더기 원전'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각각 1만6000여 개의 전열관 중 2000여 개에 달하는 전열관에 문제가 생기고, 원자로헤드 균열까지 진행 중인 한빛 3·4호기부터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인코넬 600의 사용실태를 전면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빛 3·4호기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전열관 여러 개가 동시에 파열되더라도 방사능 유출이 감지돼 즉각 발전소가 정지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한수원은 "인코넬 600이 사용된 국내 원전 14기 중 5기(고리 1호기, 한울1∼4호기)의 증기발생기와 고리 1호기의 원자로헤드는 이미 교체했으며, 오는 2019년까지 한빛 원전 3·4호기의 핵심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그때까지 사고가 터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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