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52.9%는 정기적 진료나 치료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증 장애인의 의료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장애인 건강권 정책 토론회'를 열고,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인 중증 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9%는 정기적 진료나 치료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27.0%)을 꼽았다. 이어 "치료 효과가 없을 것 같기 때문"(20.3%), "가까운 곳에 전문 병원이나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병원이 없기 때문"(14.9%) 순이었다.
특히 치과 진료가 필요하지만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장애인이 55.3%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이 42.3%, "물리적 한계(동네 치과의 편의시설 부족)"가 22.8%, "장애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의료진 때문" 21.1%, "장애인 치과병원의 예약이 너무 많기 때문" 10.6%가 꼽혔다.
또 장애인 보조기구의 구입 비용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51.3%,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로 조사돼, 전체 응답자의 71.6%가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조기 구입 부담을 전액 국가에서 지원받은 응답자는 15.9%였으며, 일부는 국가에서 지원받고 일부는 자비로 부담한 경우가 64.0%였고, 전액 자비로 부담한 경우도 20.1%나 됐다.
공진용 나사렛대학교 재활공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공단이 지원하는 장애인 보조기는 78종인데, 대부분 의족, 의수, 전동 휠체어 등"이라며 "보조기 지원 종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물리 치료, 심리 치료, 작업 치료 등 재활 치료 서비스를 포기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재활 치료 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 가운데 24.4%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장애 아동에 국한해 재활 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서 성인 장애인은 방치되는 상황"이라며 "연령과 장애 유형으로 지원을 한정하기보다는, 필요에 근거해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애인 고령화 문제도 심각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고령 장애인 18명의 90.0%는 고령으로 "장애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으며 주로 "50~60대부터 심해졌다"고 답했다. 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고령 장애인은 31.6%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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