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1급 공무원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차관 교체 이후 재신임을 묻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부처 내에서 집단 사표를 낸 전례가 없어 그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사표를 낸 1급 공무원은 천해성 남북회담본부장, 김기웅 통일정책실장, 설동근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 윤미량 통일연구원장, 김형석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 등 총 5명이다. 이 중 지난 11월 19일 취임한 황부기 차관보다 행정고시 기수가 낮은 인사는 김형석 상근대표밖에 없다.
이를 두고 통일부는 기존 1급 공무원 대부분이 황 차관보다 기수가 높아진 상황이 되면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재신임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통일부 내에서 단순한 재신임 차원으로 집단 사표를 낸 전례가 없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통일부의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10월부터 이명박 정부 말까지 차관을 지냈던 김천식 차관 임명 당시 김남식 당시 남북회담본부장을 비롯, 김 차관보다 기수가 높았던 1급 공무원들은 이번처럼 집단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장관이 아니라 차관 인사 이후 기수 문제를 명분으로 집단 사표를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집단행동이 황 차관의 임명을 반발하는 일종의 '항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항명은 아니"라면서 집단 반발 기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새로운 차관이 들어선 데 대해 일종의 예의를 표시한 것 아니겠냐"며 사표를 낸 해당 인사들이 재신임을 받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집단 사표가 1급 공무원들 중 누군가를 '찍어내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설명대로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 것이 아니라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집단행동을 하게 됐고, 일단 사표를 다 받아 놓은 뒤 특정인의 사표만 수리하는 방식으로 '걸러내기'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에 대해 "시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집단 사표가 타 부처에서 있었던 일종의 관례라고 생각하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시점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니"라며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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