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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왜 악화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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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왜 악화되고 있나?

[좋은나라 이슈페이퍼]<58> 재정 파탄을 막으려면…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적자예산의 기조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당분간 적자 폭의 증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대상수지는 2007년 3.6조 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08년부터 2013년의 기간에 연평균 20.6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증가하면 당연히 부채가 증가한다. 국가채무와 공공기관부채의 합계는 2007년 548.1조 원에서 2013년 1013조 원(GDP 대비 70.9%)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국가채무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여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재정을 경직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각국은 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과 저금리정책을 단행했고, 이제 세계경제는 서서히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재정적자 폭의 증가 또한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재정적자는 보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등으로 재정지출의 급속한 증가가 전망됨에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규모의 감세정책을 취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를 정책 기조로 하고 있다. 더욱이 ‘사자방’으로 표현되는 4대강 사업, MB 자원외교, 방위사업청 비리를 통한 혈세의 낭비는 국가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약화되고, 미래세대에게 조세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세대 간 갈등과 불평등을 확대시킨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원인을 꼼꼼히 따지고, 대안을 마련해서 실천해야 한다.

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가?

우리나라의 공공사회지출은 2012년에 GDP 대비 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3%에 불과하지만, 2000년대 이후 그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2000〜2010년의 기간에 우리나라 공공사회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3.6%인데 OECD 회원국 평균은 5.8%이다. 특히 최근에는 복지제도 의무지출의 자동 증가와 영유아 보육 및 기초연금의 도입 등으로 복지지출 속도가 일반정부 지출 속도를 추월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기 복지재정 추계에 따르면 인구고령화와 연금제도의 성숙으로 2030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7.9%로 증가할 전망이다.(1)

복지지출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MB정부는 대규모의 감세정책을 추진하여 재정적자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종합부동산세율을 낮추고, 골프장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완화했으며, 3주택자 이상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MB정부에서 추진된 감세정책으로 총 63.8조 원에 달하는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었다.(2)

감세정책으로 조세부담률은 2007년 21.0%에서 2010년 19.3%로 줄어들었고, 2012년 20.2%로 다소 상승했지만, 여전히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더욱이 MB정부의 감세정책은 부자감세라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세청이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법인세의 경우 2009년부터 2012년의 기간에 총 감세규모는 30조 원에 달하고, 이 중 대기업이 75%를 차지했다.(3) 소득세의 경우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1년의 기간에 상위 10%의 소득계층이 감세액의 46%를 차지했다.

MB정부는 감세정책도 부족해서 대규모의 혈세를 낭비해 열악한 재정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MB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예산낭비 규모가 천문학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4대강 사업과 방위사업청 비리는 물론, MB정부가 대표적인 공적으로 내세우는 자원외교에서 엄청난 공적 자금이 새 나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2012년에 이미 부도가 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에 올해까지 1조5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석유공사는 캐나다 정유공장(NARL)에 4조60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 붓고 4년 만에 매각해 무려 2조5000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부실 자원외교로 총 35조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주장되기도 한다.(4)

한편, 세수결손이 큰 폭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를 정책기조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고액자산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미흡하니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과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인하,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상장주식 거래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대주주의 범위 확대 등을 추진했고, 이번에는 담뱃값 인상으로 소비세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법인세 공제 규모를 소폭 축소하기로 했다. 주로 소득세와 소비세 위주로 증세전략을 구사했다. 그런데 유독 법인세는 인상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임대소득에 대한 정상과세는 피해가고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도 결국은 고액자산가와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정지출구조의 개선과 예산낭비 요인의 제거를 통해 ‘세금의 가치’를 높이고,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의 실현으로 보편증세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선거에서 비례대표성의 확대와 국민소송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먼저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구조는 높은 비중의 국방비와 경제사업, 낮은 복지지출로 인해 공공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의 재정지출 구조로 인해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크고, 가족 및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흡한 수준에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평화와 공존의 기치 아래 국방비와 SOC지출을 절감하고, 사회투자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사회지출의 전달체계를 개선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비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와 총사업비관리제도, 재정사업평가제도 등을 강화해서 재정지출 낭비를 막아야 한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 재정절감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부는 2009년 3월에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했고, 이는 4대강사업을 비롯하여 MB정부에서 추진된 대규모 토건사업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SOC 분야의 예타 대상기준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4대강사업의 예산낭비를 교훈삼아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강화하고, 공공투자사업의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인 공공투자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강화하였다. 최근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했고,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조세조정법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과세공평성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재정지출의 낭비를 줄이고, 탈세 행위에 적절한 벌칙을 가해야만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삼성SDS의 상장에 따른 삼성家의 거대 차익 실현을 바라보는 납세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공평과세로 세수를 확충해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재분배 기능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이유는 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과세 감면과 지하경제로 과세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제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2012년 미화 10만 달러 소득자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2012년 법인세 실효세율은 14.2%로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2.3% 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이 매우 작기 때문에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조세비용은 6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이 법인세 공제 감면 혜택이 상위 대기업에 집중되어 과세체계의 공평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전순옥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3.0%이고,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제외할 경우 15.9%로 높아진다. 13.0%는 중소기업 법인세 실효세율(13.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한 세제개혁의 기본원칙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조차도 지켜지지 않은 채 대기업 위주의 감세정책이 추진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조세부담이 커서 세율 인상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물론 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을 보면, 2011년에 OECD 회원국 평균의 1.3배를 기록하고 있다. 법인세가 산출되는 과정을 보면, 수입에서 비용과 소득공제를 빼고 난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여 산출세액을 계산한다. 여기서 다시 법인세 공제·감면을 빼면 기업이 납부해야 할 결정세액이다. 대기업들은 사내하청과 간접고용 등을 활용해 노동비용을 줄이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가장 크고, 최저임금수준은 가장 낮다. 그래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작고, 노동비용이 작으니 과세표준이 커진다. 기업들은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이 낮으니 당연히 법인을 선호한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의 차이는 16%이다. 경제력집중도가 클수록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대상도 많아지는데,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과세대상이 많아지니 당연히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큰 것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개별 기업들이 부담하는 조세비용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조세·재정정책은 자본형성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유리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 결과 세율이 지속해서 낮아지면서 세수기반은 확충되지 않았고, 조세수입은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소득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천문학적으로 쌓여가는 사내유보금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에 고여 있는 돈을 흐르게 하지 않고서는 재정건전성은 물론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과세공평성을 회복해야만 보편증세를 기반으로 하는 보편복지도 가능하다.

재정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해야

재정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사를 재정운용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으로 정치체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다수대표제와 달리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저소득층의 표가 곧 의석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 자신의 정당에 의해 대표되거나 중도 좌파 정당에 의해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재정의 재분배기능을 확대하여 성장과 분배, 그리고 재정건전성의  선순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선거제도에서의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와 국민소송제도의 도입을 통해 재정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조세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여 정부 부처와 입법부,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마련된 행정절차를 통해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거나 공공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비대칭적 정보로부터 발생하는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공기관의 내부효율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MB정부에서 불거진 ‘사자방’ 비리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공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지배구조 때문이며,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하여 부채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낙하산 문제를 해소하고 공공기관의 내부개혁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를 ‘권력형’에서 정부,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공이사회’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1) 고제이, “우리나라 복지지출 전망과 부담수준 앞으로의 과제,” 제4회 『갈등관리 포럼』 자료집, 2014.
(2) 기획재정부, “MB 5년간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감소 64조원” 제하 기사 관련 보도참고자료 2012.10.2
(3) 전순옥 의원실, “MB 4년 법인세감세 30조원, 대기업 75% 독식” 보도자료 2014.9.22.
(4) 정의당·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민 혈세 탕진 ‘MB 자원외교’ 검찰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 보도자료 20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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