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브레이크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혹자는 '미쳤다'는 표현까지 할 정도다.
멈출 줄 모르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수년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부 자본이 적극 개입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안, 도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7일 '제주경제브리프-제주 지역 부동산 시장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브리프에서는 제주 지역 주택 및 토지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2010년부터 올해 9~10월까지 약 4년간의 부동산 경기 흐름을 살펴봤다.
항간의 지적처럼 4년간 제주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토지 가릴 것 없이 높은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의 경우 매매·전세 가격이 2011년 각각 5.2%, 6.7%(전년 대비)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후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토지 시장도 그동안 1%대(2011년 제외, 0.92%)의 꾸준한 가격 상승률을 보이다가 올해 들어 2.66%대로 2배 이상 뛰었다. 특히 서귀포시의 지가상승률은 올해 9월 기준 3.25%로, 제주시의 2.30%를 앞서며 제주 지역 지가 상승을 주도했다.
주택·토지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 거래량은 잠시 주춤했던 2012년(-3.6%)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 중이며, 토지 거래량도 2010년부터 계속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최근 5년간 제주 지역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15.3%로 전국 평균 8%를 크게 웃돌았다. 전월세도 마찬가지. 주택 매매 가격에 대한 전세 가격 비율은 올해 10월 기준 63.1%로 전국 평균 62.8%보다 다소 높았고, 월세의 경우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상승률이 13.2%로 전국 평균 9.1%를 상회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부동산 경기 과열의 원인으로 외지인의 주택 매입 증가, 순유입 인구의 꾸준한 증가, 아파트 매입 수요의 증가 등을 꼽았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 시행 등에 따른 중국인 중심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증가가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특히 제주 지역은 외지인의 주택 매입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상황과 대비되고 있다. 제주는 2010년 주택 매매 시장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했지만 2014년 10월에는 21%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20.8%에서 19.2%로 오히려 감소했다. 아파트의 경우 2010년 10.1%에서 17.3%로 7.2%포인트나 상승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임대 수익률이 높고,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제주 지역 주택 매입을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제주 지역 임대주택 사업자 증가율이 21.9%로 전국 평균 8.7%를 크게 웃도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외부인들의 적극적인 부동산 매입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도민들의 거주권은 점차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벌써 그런 조짐이 일고 있다.
2012년 기준 제주 지역의 자가 주택 점유 비중은 56.9%로 경기도를 제외한 8개 도(道)지역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여건이 만만치 않아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가능한 대목이다.
2010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간 제주 지역의 연평균 주택 대출 증가율은 17.4%로 전국 5.8%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정책당국이 주거비용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 무주택 서민 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 안정 대책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근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과 구도심 간의 주택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면서 구도심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 및 상권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도내 부동산 시장 동향을 더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통계 기법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호석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금융팀장은 "제주도의 경우 연세, 신구간 등 다른 지역에 없는 주택 문화가 있는 만큼 제주만의 통계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