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방세법은 예산안 부수법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도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포함한 총 14개의 예산안 부수법안을 지정해 26일 오후 발표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의 '예산안 날치기' 활로가 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만 3~5세 보육 지원) 예산 지원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합의 번복"을 문제 삼으며 예산 심사와 관련한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을 잠정 '보이콧'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정 의장의 부수법안 지정이 겹치며 연말 예산 정국이 급랭할 전망이다.
정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헌법상 예산안 의결 시한을 지키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며 5개 소관 상임위원회에 부수법률안을 각각 통보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위원회 26건 △교육문화위원회 2건 △안전행정위원회 1건 △산업위원회 1건 △복지위원회 1건 등이다.
만약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가 11월 30일까지 해당 법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현재 발의된 법안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때 상임위에 같은 이름으로 법안이 여러 개 상정돼 있다면, 의장이 그중 하나를 선정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더욱 논란을 키우는 것은 14개 지정 법안 중에 정부의 담뱃세 인상 추진을 위해 개정이 불가피한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행위에 상정돼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다루는 터라 국회가 이를 정부 예산안의 부수법률안으로 심사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따른다.
정 의장은 담배세법안의 부수법안 지정과 관련, "소관 상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담배가격의 인상폭과 세수 배분 내용 등을 논의해서 의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담뱃세 법안은 국세인 부가가치세와 연동돼 있고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 실제로 1000억 원 규모의 부가세 증가분이 반영돼 있다"며 그래서 "예외적으로" 지방세법 개정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국회법 85조 3항(자동 부의)를 보면 상임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하라고 되어 있다"며 "담뱃세 법안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한 것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 폭을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하란 게 아니다. 여야가 집중적으로 11월 30일 자정까지 논의해달란 뜻"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에 '예외적 지정'에 근거가 될 만한 조문은 없다. 이에 대해선 최 대변인은 "법에 명확히 뭘 지정하란 건 없지만 예산정책처 의견과 국회의장 판단에 따라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 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野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원천 무효"
정 의장의 이 같은 부수법률안 지정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은 "국회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지방세법은 예산안 부수법률안이 될 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새누리당 논리대로면 세입 증가를 일으키는 모든 법안은 다 예산안 부수법안이 된다. 경제활동 관련 모든 법안이 세입 예산 부수법안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뱃세 부분은 자동부의한 의장의 발표가 당연 무효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런 막가파식 진행은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성급한 결정이다. 담뱃세 법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에 포함한 것은 행정부에 대한 감시, 견제라는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대출 당 대변인은 "국회의장이 고유 권한을 행사해서 내린 결정인 만큼 존중한다"며 "국회 선진화법의 취지를 살려 선진 국회를 만들려면 올해는 반드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준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담뱃세 인상을 위한 법안 외에 이날 정 의장이 지정한 예산안 부수법률안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 △법인세 개정안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개정안 △ 관세법 개정안 △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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