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7대 운영원칙 첫머리에 놓이는 것은 '자발성'이다. 지난해 '언론협동조합'으로 재출발한 <프레시안>과 함께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도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돈 생기는 일도 아닌데 자기 돈 들여 부산·경남지역에서 서울까지 조합 행사에 참여하러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3차례나 서울행을 한 남태우(27) 조합원의 존재는 그래서 특별하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술집에서 지난 22일 그를 만났다. 이날은 지난달 열린 '프레시안 일일호프' 행사(☞관련기사 : 프레시안과 '썸' 탄 날!)에서 스태프로 자원봉사를 했던 조합원들의 뒷풀이 날이기도 했다. 대학생인 그는 이날도 경남 창원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익숙지 않은 서울 대중교통과 복잡한 주변 지리를 극복하고 <프레시안>을 만나러 왔다. 그는 부산 동아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400킬로미터의 거리를 넘어 그를 조합원 활동에 참여하게 한 원동력은 "소속감"이라고 그는 말한다. 물론 "평소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기자들을 직접 만나보는 게 신기하다"는 점도 그가 "시간 되는 대로 자주 (조합 행사를) 찾아가려고 하는 편"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원래 제가 언론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아요. 처음에는 <프레시안> 홈페이지도 자주 들어가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행사 참석차 서울도 오게 되고 소속감이 생겼습니다."
그는 부산지역 조합원 모임 간사를 맡기도 했었다. 협동조합은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당위처럼 받아들여진다. 지역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현실은 그에게도 고민거리다.
"강연 등의 행사가 있으면 참석하지만, 따로 모임을 가진 적은 없어요. 지역으로 내려오면 올수록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없고, 예를 들어 지난 6월 노회찬 전 의원 강연(☞관련기사 : 노회찬·김석준 만났다…"진보교육감, 국민 변화 열망")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해 조용히 듣고만 가죠. 대부분 그렇겠지만, 부산은 조합원들 대부분이 '후원자'적인 인식이 강해요. 조용히 활동하시니까…. 따로 모임을 만들어 만나는 데까지는 진행이 안 됐습니다."
후원회원인 '프레시앙'과 조합원이 병렬적으로 있는 상황,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지역 모임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과제는 법인격 전환 이후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프레시안이 문을 닫습니다? 뭐지?"
프레시안 조합원이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됐던 '주식회사 프레시안이 문을 닫습니다' 제하의 전환 결의문(☞바로보기)을 언급했다. 전환문 제목을 본 첫 심정은 "뭐지?"였다고 그는 말한다.
"기사보다는 '프레시안 북스(Books)'를 통해 많이 접했습니다. 그 시기에 북스를 보려고 들어갔다가 팝업창이 뜬 것을 봤는데, 프레시안이 문을 닫는다는 거에요. 처음엔 '뭐지?' 싶었는데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해서…(웃음)."
우연치 않게도 그는 협동조합 운동과 제법 인연이 있었다.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던 지난 2012년, 그는 협동조합 운동을 연구 주제로 잡아 일본을 다녀오는 학교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일본의 생활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 만들기 운동이 그가 정한 주제였다.
그는 대학생인데도 선뜻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를 "한 달에 만 원이면 술 한 번 안 마시면 된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 전에는 다른 곳을 후원하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동안 공짜로 봐 왔으니…"라고 말해 기자를 감동시켰다. 마지막으로 그가 느끼는 <프레시안>의 장단점에 대해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점은 외부 필진 기사들이 좋다는 겁니다. 깊이가 있고, 특히 흥미롭게 보는 건 국제 기사예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글이 좋았는데, 저번 일일호프 행사 때 정 대표를 만나기도 했어요. 박인규 이사장이 쓰는 '주간 프레시안 뷰'의 국제 칼럼도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아무래도 규모가 작으니까 다양한 기사가 없는 것 같아요. 무거운 기사 말고 좀 생활적이고 친숙한 기사. 예를 들면 사람들 이야기라든가…. 기사가 길다는 지적이 많다고요? 저는 원래 비평 기사나 칼럼 같은 걸 좋아해서 길이는 괜찮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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