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기관들의 보고서가 공표된다. 브랜드란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와 식별되게 하려고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브랜드의 개념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젠 국가나 도시 등에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업은 물론이고 각국은 좋은 브랜드로 자리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워 일관성 있게 실행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몰입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라는 개념을 도입한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는 지난 12일 '2014년 국가 브랜드지수'(Anholt-GfK Roper Nation Brands Index 2014)를 공표했다. 2009년부터 선두를 지켜온 미국을 제치고 독일이 1위에 올랐다.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서 보여준 스포츠 역량뿐만 아니라 경제 및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한 유럽에서의 리더십이 주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이명박 정부가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여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자 하였으나 27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23위, 일본은 6위에 자리하고 있어 국가 브랜드를 중요한 국가경쟁력 요소 중의 하나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가 브랜드는 한 나라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상품을 팔리게 하고, 정치적 동맹을 만들어내는 것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영국의 인터브랜드(Interbrand)사는 지난달 9일 '2014년 최상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14)를 발표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는데, 그동안 반 이상을 차지한 미국 다음으로 유럽이 뒤를 이었고, 나머지는 아시아가 채우고 있다. 일본이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하여 7개로 가장 많으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8위에서 한 계단 올라 7위에 올랐고, 현대자동차가 40위, 기아자동차가 74위를 기록해 3개 기업이 포함됐다.
올해 특이한 사실은 화웨이(华为)가 94위를 차지하며 중국 브랜드로는 사상 처음 100대 브랜드에 선정됐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매출수익의 65%가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에 걸쳐 있고, 빠른 속도로 세계 최대의 통신 장비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11월 13일에 인터브랜드사가 발표한 '2014년 최고 중국 브랜드'(2014 Best China Brands) 보고서에 의하면 인터넷서비스 기업인 텐센트(腾讯)가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1위였던 중국이동통신(中国移动)이 2위로 물러났고, 알리바바그룹(阿里巴巴集团)이 올해 처음 3위에 올랐다. 나머지 4위~10위까지는 금융기업들이 자리하고 있고, 화웨이가 13위에 진입했다.
그리고 영국의 WPP그룹이 지난 5월에 조사하여 보고한 '2014년 100대 최고가치 글로벌 브랜드'(BrandZ™ Top 100 Most Valuable Global Brands 2014)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기업이 9개나 포함돼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많이 진입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이동통신을 제치고 역시 텐센트가 중국기업으로서는 가장 상위인 13위에 자리하였고, 중국이동통신 14위, 그리고 인터넷 검색업체인 바이두(百度)가 25위이며, 나머지는 모두 금융기업들이다. 특히 텐센트는 전년도에 비하여 브랜드가치가 97%나 증가하는 가장 빠른 성장기업으로 거론되었다. 그런데 '2014년 100대 최고가치 중국 브랜드'(BrandZ™ Top 100 Most Valuable Chinese Brands 2014) 보고서에서는 중국이동통신이 1위를 차지하였고, 텐센트가 3위, 바이두가 5위에 올라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입지가 서로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포브스>(Forbes)지가 지난 11월 5일에 발표한 '세계 100대 최고가치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 2014)에는 중국 기업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물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8위, 현대자동차는 71위, 기아자동차가 80위에 각각 순위에 들었다.
이러한 것들을 요약하여 살펴볼 때, 중국 기업은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화웨이가 지난주에 우리나라 파워 블로거 30명을 중국으로 초청하여 자사의 제품과 주요 매장을 소개하는 활동은 브랜드의 홍보와 더불어 후발 중국기업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화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화웨이를 제외하고 텐센트, 중국이동통신, 알리바바그룹, 바이두 등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한편 중국 국무원 공상행정관리총국 상표국에서 발행한 '중국상표전략 년도발전보고'(2013)에 의하면, 중국상표법은 1982년 8월 23일 개정되어 현존하는 상표법이 되었고, 1993년에 1차 개정, 2001년 WTO 가입에 따른 2차 개정, 다시 2013년 8월 30일에 실제적인 상표법으로 3차 개정을 거쳐, 2014년 5월 1일 자로 발효되었다. 그동안 중국에서의 상표출원과 관리에 관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개정된 내용에 의해 상당부문 보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존 상표법 중 '상표는 반드시 눈에 보이는 포장이어야 한다'는 제한적 규정을 삭제하고 문자·도형·자모·숫자·3D표지·색채의 조합과 소리 등의 모든 표지 및 상술한 요소의 조합에 대하여 상표의 등록을 출원이 가능하다고 개정하였다.
중국의 상표국에 2013년 한 해 동안 출원 신청한 상표는 188만 1546건으로 전년 대비 14.15% 증가하였는데, 2009~2013년의 5년 동안 685만 건이 출원되었고, 2008년 이전으로 과거 28년간 총 639만 건이 출원되어, 최근 5년 동안 경제규모의 팽창과 발전에 힘입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331건의 상표 출원 신청이 있었는데, 이는 미국, 일본, 독일, 유럽,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에서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는 매년 100여 건이 접수되는데, 상표 관련 분쟁에서 선출원과 선등록으로 입는 피해가 가장 크므로 사전에 완벽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중국의 통계자료를 보면 매년 5만여 건의 상표권 침해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중국은 짝퉁 단속에만 집중하다 보니 법률분쟁의 실제 건수는 적다. 그리고 이러한 분쟁의 구제수단으로는 대부분 국가와는 달리 행정조치, 민사조치, 형사조치가 있는데, 거의 85%가 행정조치에 의한 처리에 의존하고 있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큰 틀에서 모양새를 갖추는 데만 바쁜 나머지 국민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그려진 장밋빛 청사진의 핵심은 엄청나게 크고 지속해서 확대되리라는 중국 내수시장에 있다. 우리 기업은 중국 현지 제품과의 식별과 차별화를 위한 상징적 요소인 브랜드에 대하여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마음속에서 창조된다"는 월터랜더의 말처럼 국가와 기업의 브랜딩 노력에 따라 우리 브랜드는 중국 소비자의 인식과 감정 속에서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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