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참패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은둔'에 들어간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다시 현실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에 뜻이 있는 주자들이 앞다퉈 손 전 고문을 찾아가는 등 몸값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18일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차기 전대에서 비노 진영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전남 강진의 백련사 인근 토굴에서 생활하는 손 전 고문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은퇴 선언 후 전대 출마가 예상되는 유력 인사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초 강진을 찾아갔으나 손 전 고문이 자리를 비워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말 장인상을 당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여수 상가에도 들르지 않았고, 인근 목포에 지역구를 둔 박지원 비대위원과도 아직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에게 유력 인사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그가 야권에 가진 현실적 영향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계를 떠났다고 하나 그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은 물론이고 호남에도 상당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호남에서 야권 주류인 친노계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과 맞물려 손 전 고문이 전대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노계의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경우 비노진영이 손 전 고문을 상징으로 내세워 '딴 살림'을 차릴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있다.
야권 인사들의 잇단 '러브콜'에 손 전 고문은 자신은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손 전 고문은 정치인이 찾아오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기어이 멀리까지 찾아오면 점심이나 같이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신당 창당 등의 정치적 이야기를 했다면 손 전 고문이 아예 말을 못하게 막았을 것"이라면서 "불자들이 옆에서 함께 밥을 먹는 공개된 장소여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권을 넘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대선 정국이 도래하면 어떤 모습으로든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정계를 은퇴했다고 하면서 고향(경기 시흥)으로 낙향하지 않고 야권의 텃밭인 호남으로 내려가 칩거를 이어가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한 중진 의원은 "정계를 떠났다면 여느 원로들처럼 당에 조언을 하면서 사회봉사 활동과 후진 양성에 힘쓰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 호남에서의 은둔이 갖는 의미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