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데서 외치면 들어줄까.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며 초겨울 칼바람 속에 하늘로 오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씨앤앰(C&M) 협력업체에서 케이블 설치 및 수리 기사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의 도심 고공 농성이 18일로 7일째를 맞았다.
케이블 기사 강성덕(35) 씨와 임정균(38) 씨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20m 높이의 대형 전광판에 올라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 전광판은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이 입주한 파이낸스센터 앞이다. (☞관련 기사 : 씨앤앰 노동자 2명, 서울 도심 전광판에 올라 고공시위 )
그들이 '하늘에 닿은' 사연…씨앤앰 6년에 걸친 '암흑기', 투기자본 '먹튀 논란'도
씨앤앰 노동자들의 '암흑의 6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매입 당시 KCI는 씨앤앰을 담보로 인수 비용 2조2000억 원 가운데 1조5600억 원을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매년 이자 비용만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차입 경영은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이자 비용으로 4280억 원 가량이 지출됐고, 당기순손실은 4606억 원이 누적됐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대주주들은 배당 이익을 톡톡히 챙겨, 지난 5년간 씨앤앰의 당기순이익 1647억 원 중 81.6%인 1344억 원이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회사 인수에 대한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애초 정규직이었던 기술직군이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밀려났고, '하청 쥐어짜기' 구조도 가속화 됐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협력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5개 하청업체 소속 109명이 해고됐다.
지난해 씨앤앰은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한다는 노사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올해 들어 휴지조각이 됐다. 특히 해고된 이들은 모두 노조원이라 '표적 해고'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12일, 두 명의 수리 기사가 "복직되지 않는 한 내려오지 않겠다"며 30m 전광판에 오른 이유다.
"진짜 사장 나와라!"
하지만 원청과 하청, 하도급과 재하도급 등 '다단계 고용'의 구조에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노사 문제는 주주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아니라, 회사 매각이다. 해고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대량해고와 노조 파괴를 통해 매각 대금을 높이려는 전형적인 '먹튀 자본'"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해고자들과 연대단위로 구성된 '진짜 사장 나와라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해고자 전원의 원직복직 △구조조정 중단 및 고용안정 보장 △노조 인정 및 임단협 체결 △공익성 준수 약속 및 매각 과정의 투명성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일본과 홍콩에 있는 MBK파트너스 사무실 앞에서도 항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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