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내에 로씨야련방(러시아)을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14일 (현지시각) 언론보도문을 통해 "최룡해 비서가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이달 17~24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방문 기간 동안 정치대화 수준 격상, 통상경제관계 활성화 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포함한 양자 관계 현안과 상호 관심사인 일부 국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최 비서가 극동지역인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도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최 비서의 러시아 방문 목적에 대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와 군사·안보를 포함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최룡해가 북한 내에서 비중 있는 인물인데, 그를 러시아로 보냈다는 것을 봐도 북한이 러시아와 경협 수준이 아닌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가 다소 불편해지면서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비서는 3차 핵실험 때문에 크게 환영받지 못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북한으로 돌아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성, 그리고 과도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한편 러시아를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인권 문제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감을 느껴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에 손짓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장 선임연구원은 "인권문제 때문에 부담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 와서 북한이 과거보다 심하게 고립감을 느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며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대외적 관계를 확대·재생산하고 심화시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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