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연기 배경에 대한 여러 해석이 제기되는 데 대해 청와대가 "극히 일부지만 구구한 억측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라고 확대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심각한 수해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 및 APEC정상회담 등 다른 외교일정의 선후관계가 바뀌게 된 데 대해 청와대는 "선순환 관계로 보고 있다"며 "다른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하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식의 추측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착실하고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큰 수해를 당하고 나서도 가능하면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려 하다가, 피해 정도가 너무 심각해서 수해를 시급히 복구하고 손님을 맞이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정상회담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북측이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구구한 억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오히려 시간이 많이 늘어나서 훨씬 더 착실하고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가 그친 지 꽤 됐는데 갑자기 연기 요청을 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천 대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상황이 더 심각하게 드러난 것 같다"고 답했다.
천 대변인은 '그렇게 피해가 심각하면 육로 방문 원칙도 변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가는 길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편 정상회담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내주 초로 예정됐던 자문위원단, 경제인 초청 간담회도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수행원 등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그대로 가는 것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들만 계속 논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일정 변화, 큰 영향은 없을 것"
한편 한미정상회담이 이처럼 연기됨에 따라 6자회담, 6자 외교장관회담, APEC 정상회의,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질 외교일정의 프로세스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격이나 의미가 변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6자회담이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회담의 성사 여부나 성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성격과 의제에 커다란 변화는 없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이라는게 6자회담과 연관이 있는 것이고 그 전에 있는 6자회담의 진전도가 고려되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의 결정 자체가 북핵 문제의 진전이 거꾸로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 선후 관계는 별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 청와대 쪽의 설명이다.
물론 6자회담이 난항을 겪을 경우 남북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만약 6자 회담에서 일정한 성과가 도출될 경우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수준이나 합의내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순환 관계에 있는 것이고 지금 어떻게 예단하거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만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의 경우 양측 간에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기와 형식, 장소 등을 협의해왔는데 10월 초도 검토안 중의 하나였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10월 초로 미루는 게 그 문제가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양측이 빠른 시일 내에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APEC시기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지만 협의되거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PEC회의는 9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는 "APEC에서 한미정상회담과 방미를 통한 정상회담은 별개다"는 입장이지만 APEC회의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 충실도에 따라 10월 초 방미를 통한 정상회담은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차피 방북 일정과 겹쳐 물리적 시간 여유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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