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가 '특권 내려놓기'를 골자로 한 첫 회의 결과 보고에서부터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국회의원 세비 동결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등의 혁신위 보고안에 대해 상당수 의원들은 '인기 영합적 백화점식 혁신안', '과잉 금지', '국회의원 손발 자르기', '액세서리' 바꾸기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11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보수혁신위가 보고한 9개 안(△국회의원 세비 동결 △ 불체포특권 포기 △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 국회의원 겸직 금지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 설치)에 대해 의견을 내놓은 의원은 15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일부 찬성 의견도 있었다고 당은 밝혔으나, 대체로는 냉담 또는 반대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의 애초 계획과는 달리 이날 의총에선 혁신안 어떤 것도 추인받지 못 했다.
"혁신위를 혁신해야", "출판 기념회 전면 금지는 위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가 내놓은 안은 "보수 혁신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백화점식 인기영합형 안"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런 형식적인 안들로 국민들에게 일시적인 청량감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치유하할 수 있는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며 "이 정도면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박탈 위원회라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 또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건 혁신이 아니라 개선 수준이라는 강한 의견도 나왔었다"며 "개인적으론 출판 기념회를 금지까지 한 건 지나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비 동결에 대해선 "회의가 안 열리면 열리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보수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혁신위가 얘기해야지 가지고 있는 손발 자르는 것만 하느냐"며 "의원이 회의 불참한다고 노는 건가. 출판 기념회를 아예 못하게 하는 건 위헌"이라고 했다.
박민식 의원은 혁신위의 활동 방식을 '액세서리 바꾸기', '화장 고치기'에 빗댔다. 박 의원은 "혁신위 출범 취지는 새누리당을 새롭게 건설하자는 것인데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그에 상당히 못 미친다"며 "포퓰리즘적이고 현안에 급급한 성과물이 아니냐고 많은 의원들이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당명 바꾸고 색깔 바꾸던 때 있었던 절박함과 치열함이 지금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며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 바꾼 정도가 아니냐"고도 비판했다.
김문수 위원장 등 혁신위원들이 혁신안을 논의해 온 방식과 절차도 문제가 됐다. 때마다 혁신위에서 개별 의제들을 의결한 후 언론에는 곧바로 발표가 됐지만, 정작 당내에선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것에 대한 반발이다.
김진태 의원은 "의원들 얘기는 듣지도 않고 (혁신위에서) 다 만들어 놓고 사후 절차처럼 이렇게 (의원총회를) 하니까 많은 의원이 문제제기를 했다"며 "여기서 이제 반대하면 우리가 국민들 지탄을 받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문수 "혁신 눈높이는 의원이 아니라 국민"
당내 의원들의 이 같은 반발에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위는 언제나 열려있고 의원님들과 함께 할 것"이라면서도 "혁신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한다. 의원님들이 원하는 게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혁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 진행 중인 정당 혁신과 정치제도 혁신도 계속해 나가겠다"며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혁신이 아니라 국민이 기쁘고 즐거운, 그리고 우리는 뼈와 살을 깎는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어떤 혁신안에 대한 추인도 진행하지 못했다. 안형환 혁신위 간사는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라며 '추인 불발'이란 안팎의 해석을 경계했으나, 애초 혁신위는 이날 추인까지 계획했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5일 "혁신위가 잘 하고 있다"며 "내주 의총에서 추인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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