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2월 부대에 배치된 지 19일 만에 뇌출혈로 쓰려져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구 모 이병이 1년 7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아 당시 선임들의 구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초 군은 구 이병이 선천적인 혈관 이상으로 쓰려졌다고 발표한 바 있어 군과 피해자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 이병은 지난해 9월 의식이 회복된 뒤 1년 만인 올해 9월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이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선임병 7명이 자신을 생활관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창고 뒤쪽으로 불러냈고 각목으로 뒷머리를 구타했다고 밝혔다. 구 이병은 이후 정신을 잃었고 생활관에 옮겨진 뒤 잠시 의식이 돌아왔지만 이내 다시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구 이병 가족들은 군이 구타 사건을 은폐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족들은 사고 후에 머리 뒤쪽 외상을 발견하고 구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단순히 '욕창' 이라고 할 뿐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시에 춘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실시한 정밀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두부에 폭행한 외상 흔적이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MRI 촬영 등 정밀검사 결과 '뇌동정맥기형', 즉 선천적으로 좁아져 있는 뇌혈관으로 인해 뇌압 상승으로 혈관이 파열돼서 뇌출혈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건 당시 뒷머리 외상에 대한 보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수사를 맡았던 헌병대 조사관들이 당시에 나왔던 조사 내용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 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 이병의 가족들은 사건 이후 청와대 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도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면서 가해자들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구 이병이 가해자로 지목한 병사들이 이미 전역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고소가 진행될 경우 이들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당시 선임병들이 이미 전역을 해서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육군에서 당시 구 이병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조사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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