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2사단 예하의 제1기갑전투여단이 내년에 해체된다. 전력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 주둔 중인 1개 기갑여단이 9개월마다 순환 배치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동두천이 미군의 '전지훈련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8군사령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한미군 순환배치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6월에 1기갑여단이 해체되고 미국 본토 텍사스에 주둔 중인 미국 1기갑사단 제2기갑전투여단이 한반도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미 연합사령부 관계자는 "미 육군의 전투여단이 45개인데 32개로 줄이고 있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일부가 주둔군이 아닌 순환하는 군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 한반도 안보환경에 적합한 군사전술을 습득하지 못해 전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연합사령부 관계자는 "모든 장비는 한국에 두고 인력만 순환한다. 한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에 오자마자 전투준비가 돼 있다"면서 "모든 것을 갖춘 부대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순환 배치는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군의 신속기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시퀘스터(sequester), 즉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조치로 인해 향후 10년간 국방비를 비롯한 안보 예산을 1조 달러(약 1070조 원) 이상 대폭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미국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한 곳에 부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부대를 배치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실제 순환배치가 시작되면 동두천 기지가 미군의 '전지훈련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 본토나 다른 해외주둔 기지에 비해 운영유지비가 훨씬 저렴하고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미군 기갑 여단 부대들이 미국 본토를 거쳐 훈련을 위해 동두천을 한 번씩은 거쳐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동두천에 배치되는 미군 병력은 형식적으로는 주한미군의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세계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부대 운영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조약 목적을 '태평양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번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결정은 원칙적으로 태평양지역을 벗어나 중동 등에 순환근무도 할 수 있게 된다.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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