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고가 운동기구 구입과 유명 트레이너 출신 행정관을 3급 행정관으로 고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까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6일 예결위 회의장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상대로, 앞서 자신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1억 헬스기구는 청와대 본관에 설치된 대통령 전용 장비'라는 주장(☞관련기사 : "靑 '1억 헬스기구' 대통령 장비…이재만 국감 위증")을 이어갔다. 최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달청에서 대통령 안위와 관련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 직원, 기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기구를 구매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해당 운동기구들에 대해 '청와대 직원과 기자들이 쓰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김 실장의 발언은 이와 비교해 보면 '대통령'이 사용자에 추가된 셈이다. 단 김 실장은 조달청 자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그 자료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대통령의 식재료나 생활용품은 과거 정부나 다른 나라에서도 밖에 공개하지 않는다. 양해해 달라"는 것.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8800만 원짜리 고가의 기구가 설치된 곳이 청와대 본관으로 돼 있다고 최 의원이 지적하자, 김 실장은 "본관에 운동하는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대통령 전용 헬스장은 없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운동기구는 여러 군데 산재해 있는데 (각 장소마다) 순환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배치 장소는 제가 알기로 직원이 운동하는 곳과 대통령이 운동하는 곳, 출입기자들이 하는 곳은 나눠져 있다"고 했다. '대통령 전용 헬스장'은 없으나 '대통령이 운동하는 곳'은 다른 이들이 운동하는 곳과 별도로 나뉘어져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이다.
유명 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3급 행정관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전용 트레이너 아니냐는 최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윤 행정관은 여성 비서"라며 "비서가 하는 일을 세세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양해해 달라"고 했다. 최 의원이 "경제도 어려운데 여비서를 왜 3급이나 주면서 쓰나"라고 따지자 김 실장은 "별정직인데 그 정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영입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트레이너로 고용했다'고 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숨길 일도 아닌 것을) 왜 숨기나?"라고 공세를 계속했다. 김 실장은 "(윤 행정관은) 1대1 트레이너로 일하는 게 아니고, 1대1 트레이닝 기구도 없다고 안다"며 "대통령 혼자만이 사용하는 개인 장비는 없다"고 맞섰다. 최 의원이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에 박 대통령이 윤 행정관과 있었나?"라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김 실장은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친박 함진규도 "사려면 중고 사든가…논란거리 될 필요 있나"
논란이 길어지자 여당 내 친박계인 함진규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함 의원은 "이것(최 의원의 주장)은 정치공세적 성격이 강하다"며 야당을 비판하면서도 김 실장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함 의원은 야당에 대해 "대통령 신체는 국가 안위에 관련되기 때문에 얘기를 안 한다. 과거 대통령들이 안마의자를 구입하고 스크린골프장을 만들어도 그래서 얘기를 안 하는 것"이라고 의혹 제기를 막으려 시도했다. 함 의원이 '정치공세'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소리를 질러 항의했고 함 의원도 "왜 반말을 하느냐"고 맞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함 의원은 그런 한편 김 실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단전호흡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다른) 운동을 많이 하시나"라며 "(많이 쓰지도 않는데) 굳이 고가의 장비를 사 가지고 논란거리 될 필요가 있나"라고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사시려면 중고로 사시면 안 돼요? 중고 사세요, 중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원들 웃음)
김 실장은 "유념하겠지만, 청와대 기구는 순환 배치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단전호흡 외에 다른 운동을 하느냐는 함 의원의 물음에는 "대통령께서 하시는 운동의 종류를 제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논란은 다른 쪽으로도 번졌다.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은 "(이완구) 여당 원내대표가 와서 최민희 의원에게 (청와대 운동기구 관련) 질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그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홍문표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앞서 이날 <한겨레>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5일 본회의장에서 최 의원을 찾아와 보도자료를 내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의원의 발언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윤 의원과 최 의원의 시각이다.
한편 윤 의원은 김 실장을 상대로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을 비판했던 일(☞관련기사 : 청와대 "김무성 개헌 언급 실수로 생각 안해"), 신현돈 전 1군사령관 징계 인사 문제 등을 추궁했다. 김 실장은 신 전 사령관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까지 인사 요구가 오지 않았다"며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한 인사일 뿐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또 개헌 문제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를 비판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두현 홍보수석이라고 밝히며, 당시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서는 "홍보수석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도 "(청와대 관계자의) 개인적 생각"이라고 주장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