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에서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부서를 축소했다. 대신 국민적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통일부의 주요 역할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통일대박론'에 근거한 통일 분위기 조성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지원했던 정보관리과 폐지와 관련해 "정보관리과는 북한 방송 청취 및 북한 공개정보 등을 수집하여 정세분석총괄과, 정치군사분석과, 경제사회분석과의 분석 업무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능을 분석총괄과로 이관하여 정보 수집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보관리과는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됐다. 대북 정보 수집과 정세 분석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지만 1년 7개월 만에 폐지의 길을 걷게 됐다.
이어 박 부대변인은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통일부와 안전행정부 간 조직 진단에 따라 문화적 접근을 통해 국민들의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고, 또한 인도협력 강화를 위한 전담기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통일정책실 산하에 '통일문화과'를 신설하고 현재 교류협력국 산하에 있는 인도지원과를 '인도개발협력과'로 바꿀 계획이다. 통일문화과가 통일 공감대 형성을 담당하고 인도개발협력과가 인도협력 강화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부대변인은 "협의 중에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큰 틀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통일 분위기만 만들겠다?
통일부의 설명대로 정보관리과 폐지가 확정된다고 해서 정보 수집이나 분석 기능이 약화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통일부 전체의 무게중심이 대북 정보 분석이나 남북관계·대화보다는 통일 공감대 형성과 인도적 지원 등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및 드레스덴 선언을 이행하는 쪽으로 옮겨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통일부는 북한과의 관계보다 국내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통일 담론 형성에 업무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등 박 대통령이 내놓은 일련의 대북정책 구상이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한데도, 정부가 이보다는 통일정책의 대국민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 역시 통일준비위원회 신설 등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실행해 온 대북정책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대북접근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이 아니라 '통일정책'만 늘어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지난 8월 14일 '정세토크'(☞바로가기 : "드레스덴 선언 이행? 북한부터 설득해라")에서 이를 두고 "남한에서 우리끼리만 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다 만들어 놓고 북한보고 받으라고 하면 그게 잘 되겠나"라고 반문한 바 있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한다는 기준에서 봤을 때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통일부가 단순한 '행정부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북 회담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정책은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북한 정보는 국정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해 사실상 통일부가 드레스덴 선언만 이행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통일부의 역할 축소와 위상 약화가 비단 정부부처 간 파워게임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정부의 대북전략 수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략 수립을 위해 종합적인 사고를 가진 전문적인 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통일부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정책 결정 과정이 왜곡돼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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