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국내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인터넷 여론을 분석한 데이터를 보내왔다. 2010년까지 전작권 전환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2012년에도 근소한 차이로 "전작권을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앞섰었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자 그 찬성 비율이 61%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 여론조사 업체가 분석하고자 한 것은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여론이 반전되었느냐는 것.
인터넷 여론을 심층 분석한 결과 그 답이 나왔다. 바로 최근 고조된 "한국군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것. 한국군의 지휘 체계가 불안하고 잦은 국방 비리로 내부가 썩었으며, 구타 및 가혹 행위로 학대받는 군인의 충성심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고, 연이은 귀순 및 교전 사태에서 보여준 무능력이 "전작권을 전환하면 안 된다"는 인식으로 대중을 인도했다는 것이다. 북한 핵 때문(14%)보다 한국군의 무능력(18%) 때문이라는 인식이 인터넷에서는 훨씬 우세하다.
이것이 바로 동맹의 실상이다. 우리는 한없이 나약하고 무능력하며 미군은 그래도 한국군보다 나은 건 사실 아니냐는 게 오늘날 한미동맹의 정서적 기초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보면 한국군 지휘부는 할복이라도 못할망정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줄 모르면서 마치 자신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군대인 양 행세하는 그 허세부터 버려야 한다.
한미동맹을 보면 몇 가지 불가사의한 특징이 드러난다. 60년 넘게 이렇게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이 장기간 변함없이 이어진 동맹이 어디에 있을까? 작전지휘권은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에 서신으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전한, "귀하의 휘하에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갔다. 맥아더는 "이를 수락한다"는 답장으로 이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1978년에 유엔사가 한미연합사에 그 지휘권을 다시 위임하였는데, 이 당시 한미 합참의장이 공동위원장인 한미 군사위원회(MCM)의 연합사령관에 대한 '전략 지시 1호'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된 근거이다.
그런데 전략 지시라는 것은 조약도 아니고 협정도 아닌 것으로, 굳이 따지자면 행정규칙 정도의 위상밖에 갖지 못하는 행정문서다. 여기에 수록된 연합사령관에게 "한반도 방위 임무"와 "전시 미국에 증원 요청 권한"을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 방위 책임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연합사령관의 임무와 권한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고, 미국 증원군 지원 요청이라는 것도 미국 대통령과 합참, 국방부가 이를 어떻게 검토한다는 것인지, 반드시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것인지 도무지 그 실체를 알 길이 없다.
1953년의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도 미국이 한반도 분쟁에 자동 개입하는 조항이 없고 단지 "국내법 절차에 따른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1994년에 전시와 평시가 분리되는 바람에 하달된 '전략 지시 2호' 역시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우리는 연합사령관이 뭐 하는 자리인지 지금도 모른다. 단지 한미 양국의 국방 당국이 저희들끼리 쑥덕거리며 제멋대로 운용해 온 게 연합 방위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법적 기초도 없이 상황에 따라 운용하는 체제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뭘 알려고 하면 감추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한미동맹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추상적 규범으로 채워져 있다. 미국은 NATO 국가들과 전시에 어떤 시점에 어떻게 지원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조약에 포함시켰으며, 일본과는 안보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만들어 그 상세한 내용을 의회에서 심의하고 승인하기 때문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변경된 내용은 반드시 의회 심사를 받는다. 그런데 한미동맹에는 이상하게 그런 것이 없다. 그것이 방위 체제에 어떤 효과로 이어졌는가? 이것이 필자가 분석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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