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정규직 종합 대책' 발표를 앞두고 노동계가 여론 수렴 및 실효성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내달로 예정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발표에 앞서 '저임금·고용불안·차별해소와 정규직 전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했다.
토론회에선 정부의 기간제 및 시간제 일자리 대책 등 비정규직 정책 전반에 대한 각종 평가와 대안이 제시됐다.
우선 정부 발표를 앞두고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 "기간제법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입법 취지조차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기간 제한을 3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은 기업의 정규직 전환 부담을 줄여주고 더 오래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현행 기간제법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행처럼 사용 기간이 3년으로 연장되더라도 3년이 되는 시점에 해고를 하고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교체하는 관행을 전혀 방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용 기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그간 기간제와 관련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원칙'임을 명시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 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즉 비정규직 사용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쪽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4단체 중 한 곳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고된 뒤 자살한 기간제 여직원의 사례만 봐도, 중앙회 측은 기간제법상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2년 동안 7차례에 걸쳐 2~6개월 씩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헤 편법을 쓴 것으로, 이 여성은 입사 2년이 되기 이틀 전 해고됐다. (☞관련 기사 : 중기중앙회 계약직 유서…"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2006년 제정된 기간제법의 기간 제한 방식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이제 기간제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특수고용을 포괄하는 모든 비정규직 고용 형태 전반에 대해 사용 사유를 분명히 제한하는 입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양극화 보완책 없는 시간제 일자리, '나쁜 일자리' 양산 정책 될 것"
'기간제 고용 안정 가이드라인'으로 집중된 정부의 기간제 대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가 이어졌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강제력이 없는 정책으로 실효성이 의심되는데다, 오히려 외주화 등 간접고용 확산이라는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근 정책실장은 "직접고용 기간제의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주화, 민간위탁 등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며 "간접고용 대책이 동반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으며, 기간제 문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나쁜 일자리 양산 정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 실장은 "공공부문에서 저임금 단시간 근로를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은 무분별한 불안정 고용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의 보호에서 제외돼 있는 초단시간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일시적 고용률 상승을 위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시간제 일자리의 양산이 결국 여성이나 청소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귀결되며 오히려 노동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선수 변호사 역시 "비자발적 시간제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노동자 확대 정책은 곧 '나쁜 일자리' 양산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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