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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누구 손 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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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누구 손 잡아야 하나?

[토론회] 중미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어느 나라와 손을 잡아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과 미국, 중국 3개국의 국제정치 및 외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8일 서울 중국 상공회의소에서는 ‘중미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주최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발표자로 참석한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장칭민(張淸敏) 교수는, 지난해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언급하며, 여기에 중국이 바라보는 중·미 관계에 대한 상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신형'에 대해 "양국 사이에 역사상 대국 관계의 숙명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대국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반복하지 말고 협조적인 관계로 나아가자는 중국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세계적 리더 지위에 도전할 생각이 없고, 미국과 '충돌하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상호 협력'과 '단결하고 서로 이익을 얻는' 양국관계를 형성하길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는"것이 신형대국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시아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신형대국관계를 건설하는 데 시급히 필요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카이(金凯) 연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신형대국관계'가 중국이 처한 현실적인 곤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려는 의도로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했다고 해도 미국은 이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진 연구원은 미국이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중국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미국에게 전략적 양보를 얻어내기에는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압박을 완화하거나 없애려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 △ 미국 주도의 국제체제에 융화되지 않고 중국이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경우 △ 중국이 미국 주도 국제체제에 융화되면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경우 △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체제에 융화되면서 체제 안에서 주도권을 빼앗는 경우 등 총 3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 ⓒ원광대학교

이에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은 양국 관계가 '내키지 않는 다자주의'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페퍼 소장은 양국이 경제·군사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협력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내의 남중국해 문제 등 지역적인 차원의 이익에 대해서는 대결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며 "세계적 협조를 유지하고 지역적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키지 않는 다자주의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키지 않는 다자주의'의 모델로 페퍼 교수는 6자회담을 언급했다. 그는 6자회담이 "(참가 국가들이) 저마다 매우 다른 인식을 가진 국가들을 포함했다"면서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등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국가들이 적어도 잠정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 하나의 모델"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실상 미·중이 이러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데니스 플로리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 교수는 이 모델에 대해 "가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견해가 수렴되지 않고는 다자 기구가 작동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미래가 불투명한 역동적 양자 대결구도"라고 진단했다.

플로리그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20세기의 패권과 반패권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세기는 패권국가와 도전국가 사이의 군사적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두 번의 세계대전이 발생한 시기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물리적 충돌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부질없고 위험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중국을 국제체제에서 비슷한 권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실질적으로 동등한 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갯속의 미·중 관계, 한국의 선택은?

미·중 관계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는 △ 미국 등 우방국과 중국 견제 △ 중국에 편승 △ 현상유지론 (중국과 경제관계, 미국과 군사동맹 유지) △ 홀로서기 전략 (핵으로 무장한 중간세력 국가) △ 협력과 통합의 질서 구축 등이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중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협력과 통합의 질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주변국 모두와 우호·선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을 넘어 유럽연합과 비슷한 동북아 지역 공동체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구상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울 때 한국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며 "미·중 대립 구도가 첨예화되면 한국은 친미, 북한은 친중이라는 냉전 시대의 진영 논리를 부활시켜 한반도가 강대국 정치의 볼모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중 관계가 협력적 국면으로 진행되기 위한 핵심 변수는 역시 남북관계다. 문 교수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한미, 한중 간 균형외교를 전개할 공간이 넓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남북, 한미, 한중 나아가 미·중 간 협력 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공고화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미·중 간 협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현상유지'도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며 “외교적 기교와 신중성을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중국에 편승하거나 홀로서기 전략을 취하는 것을 꼽았다. 특히 그는 '섣부른' 중국 편승론을 경계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도전국 세력에 머물고 있을 때 한국이 중국에 편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한미동맹 카드가 없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중간세력 국가 혹은 스위스같은 영세중립국 모델을 만들어 홀로서기를 하자는 시나리오에 대해 문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 핵 보유를 허용할 리도 만무하고, 미군이 철수한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을 가져와 우리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내다봤다. 중립국 방안에 대해서는 "영세중립국이 되기에는 한국의 국력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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