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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 동생 효종 "형수가 色을 밝혀 형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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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 동생 효종 "형수가 色을 밝혀 형이 죽었다!"

[낮은 한의학] 효종의 이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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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의 독살설은 그가 7년 6개월 동안 청나라에서 볼모로 있다가 돌아오면서 생긴 학질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추측이다. 1644년 11월 20일 소현세자는 북경을 출발했다. 하지만 오는 길에 병을 앓으면서 이듬해 2월 18일이 되어서야 한양에 도착했다. 중간에 생긴 질병으로 심양과 평양에서 병을 다스리다 느려진 것이다.

내의원에서 진단한 병명은 학질이다. 그러나 계절상으로 볼 때 학질, 즉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지 오한과 발열이 극단적으로 심해진 증상을 학질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현세자의 건강을 빼앗은 학질 증상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어처구니없는 진단부터 살펴보자. 인조와 효종의 시각이다.

효종 즉위년 9월 5일 기록을 보면, 인조 또 그와 뜻을 같이한 효종 등이 그 원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효종은 송시열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송시열이 묻는다.

"강빈의 옥사에 대해서 지금까지 인심이 평정되지 않고 있는데 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효종이 이렇게 답한다.

"경과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으나 틈이 없어 하지 못했다. 강빈의 악행을 어찌 한 입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단지 한 가지 일을 가지고 말하겠으니, 경은 들어보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비록 금수라도 있기 마련이다. 소현의 상을 당했을 때 대조(인조)께서 애통해 하면서 그(강빈)를 책망하기를 '이는 밤에 잠자리를 삼가지 않은 소치이다' 했다.

이에 강빈이 발악하기를 '아무 달 이후에는 서로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하였다. 그 성질이 이와 같으니 역모한 것이 괴이할 게 뭐 있는가. 또 역모한 형상은 안에서나 알 뿐이지 밖의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그 일이 낭자하여 완전히 의심이 없는데 밖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억울하다고 여기니, 내가 실로 마음이 아프다."

인조나 효종이나 강빈이 색을 밝혀서, 부부관계가 과도해서 소현세자의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우긴 것이다. 지금 그 진실을 모두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국땅으로 볼모로 끌려가면서 여독에 지치고, 조선의 현실과 자신의 처지에 답답했을 심정이 건강을 해쳤으리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소현세자가 앓은 산증은 그 단적인 증거다.

▲ tvN 드라마 <삼총사>의 강빈(서현진). ⓒprogram.interest.me

형과 형수의 잦은 성관계를 입에 담은 효종의 건강 상태도 사실 소현세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연자죽을 즐겼다는 기록도 그 한 방증이다. 연꽃의 열매 연자육(蓮子肉)은 흔히 연밥으로 불린다. 한의학의 논리로 보면, 연이 세상의 온갖 번뇌를 꽃으로 피워내듯이 연자육은 마음에 맺힌 열을 풀어내 콩팥으로 배설한다.

형 대신 왕이 되긴 했지만 7년 6개월 동안의 이국 살이 끝에 돌아온 효종으로서는 국내의 권력 기반은 전무했을 것이다. 김자점이 역관을 통해서 북벌을 청에 밀고하여 효종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일화까지 염두에 두면 당시 그를 둘러싼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북벌 계획 자체가 효종의 처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해프닝이다.

조선을 둘러싼 권력 판도는 명에서 청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그 때까지 명나라를 위해 복수를 꿈꾸는 효종과 그를 저지하기는커녕 부추긴 성리학 근본주의자의 득세야말로 우리 역사의 비극이 아니었던가?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유포되는 형의 독살설과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위해서 죽임을 당한 조카들…. 효종의 심신의 건강이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오랜 인질 생활과 즉위 후 국내외의 복잡한 상황은 효종에게 마음의 병(스트레스)과 육체의 병(소갈)을 주었다. 그리고 이 후유증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당대 최고의 의학 처방으로도 떨어지지 않은 지독한 감기를 주었다. 이 감기의 후유증은 바로 또 다른 고통, 즉 이명으로 나타났다.

요즘 같은 가을에 병원을 찾는 이명 환자의 대부분이 그 원인을 따져 보면 알레르기 비염과 계절성 감기의 후유증이다. 감기에 걸리면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고, 귀와 코 사이에 위치한 이관의 개폐가 원활하지 않아 닫힌다. 그러면 귀 안팎의 압력차가 생긴다. 이때 바깥보다 상대적으로 압력이 높은 안쪽으로 고막이 당겨지면, 고막의 진동이 방해를 받는다.

이렇게 고막의 진동이 방해를 받을 때, 귀가 막힌 느낌이 들면서 잘 들리지 않거나 '윙' 하는 이명이 들린다. 심할 경우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서 들리고, 귀를 찌르는 통증도 생긴다. (독감 바이러스가 고막 표면에 감염되어 염증을 일으켜서 이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이명을 치료하려면 코와 목 등의 염증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효종의 경우에도 소시호탕, 시호사물탕 등 감기의 염증을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을 처방받았으나, 곧바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면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효종의 감기가 유발한 염증이 쉽게 잡히지 않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감기가 유발한 이명 역시 효종이 앓던 오랜 심신 질환의 한 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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