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오르지 못하는 성인영화, 소위 '포르노'라고 불리는 영화들은 어떤 촬영 과정을 거칠까. 이 현장을 리얼하게 담은 영화 <레드카펫>(감독 박범수)이 23일 개봉한다. 19금 영화 촬영장이라는 발칙하고 신선한 소재만 놓고 본다면, 영화는 굉장히 야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다소 생경한 장면 묘사와 19금 용어가 자주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영화의 포인트는 19금 영화계를 낱낱이 공개함에도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라는 데 있다.
<레드카펫>은 에로와 로맨틱 코미디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며, 성인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우(윤계상 분)는 10년째 성인영화를 만들지만 극장에 걸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인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아역 배우로 인기를 누렸으나 이제는 대중에게 잊혀 배우의 꿈을 꾸고 있는 은수(고준희 분)와 우연한 계기로 동거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성인영화 감독은 그에게 수많은 수모를 안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받는 것은 물론, 은수와 사랑의 결실을 보는 과정에서도 오해를 낳게 한다. 이 중 일부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 감독의 경험담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박 감독은 상업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성인영화를 찍은 것은 경력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라는 혹독한 조언을 듣는 등 성인영화 감독을 향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박 감독은 편견을 딛고 일어섰다. 상업영화 <레드카펫>을 통해 입봉하게 된 것이다. 영화 속 정우도 박 감독처럼 끝내 자신의 꿈과 사랑을 이룬다.
영화는 정우와 은수의 사랑이야기와 정우가 진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흘러간다. 청춘들의 꿈과 사랑이야기, 어쩌면 뻔하다. 그럼에도 ‘레드카펫’은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19금 영화계 촬영장을 고춧가루 역할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리얼하게 포착된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박 감독의 말처럼 대체로 묘하게 원초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쾌활하다.
게다가 이들이 닥치게 되는 상황들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한다. 가령 '타이탕닉', '공공의 젖' 등의 패러디 제목과 <러브 액추얼리>, <노팅힐>, <트렌스포머>를 연상케 하는 패러디 장면들, 은수가 정우의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제작사를 찾아와 오디션을 보는 도중 옆방에서 들리는 에로배우들의 신음 소리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장면, 에로 배우 오디션에 처음 참여한 막내 대윤(황찬성 분)이 음란마귀의 본색을 드러내 모든 이들을 당황하게 하는 장면 등이다. 이 장면들은 기대해도 좋다. 영화의 곳곳에서 돌연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길 전망이다.
또한,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인상 깊다. 19금 계의 어벤져스 군단의 2인자 조감독 진환 역을 맡은 오정세, 촬영, CG, 소품까지 모두 담당하는 멀티플레이어 준수 역을 맡은 조달환, 엘리트 출신이지만 의외로 허당인 막내 대윤 역을 맡은 황찬성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며 극을 코믹하게 이끈다. 이외에 에로배우로 변신한 신지수와 이미도의 변신도 돋보인다.
특히 딸기 역으로 열연한 신지수는 19금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화끈한 장면을 통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코믹하지만은 않다.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로, 극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들도 주인공의 진정성 있는 행보에 동참한다.
19금 영화판이라는 소재에 청춘의 꿈을 담은 탄탄하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웃음을 무기로 장전한 <레드카펫>, 19금 계의 어벤져스 군단은 23일 극장가를 찾아온다.
프레시안=뉴스컬처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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