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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전반대 주민투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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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전반대 주민투표를 보며

[창비주간논평] 탈핵과 찬핵의 진영 논리를 넘어

1982년 당시 동력자원부가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일대를 신규 원전부지로 예정 고시했다. 그후 16년 동안 삼척은 원전반대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1998년 12월 마침내 정부는 덕산 신규 원전부지 예정고시를 해제했다. 그것을 기념하는 원전백지화기념탑이 이듬해 1999년 11월 삼척 8.29공원에 세워졌다. 이것으로 삼척에 원전이 들어서는 것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안 핵폐기물처분장 싸움에서 결국 부안주민이 이기자, 정부는 전국 곳곳을 들쑤시며 핵폐기물처분장 유치신청을 받으려 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삼척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강고히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시의회가 유치신청을 부결 처리하면서, 핵폐기물처분장 부지 지정의 위험도 백지화되었다. 이로써 원전을 둘러싸고 지역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불필요한 싸움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대수 전 삼척시장이 여론을 조작하며 신규 원전유치를 신청하면서 다시 세 번 째 싸움에 휘말렸다. 주민들은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원전반대를 선언한 후보를 선택하고 10월 9일 치러진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유치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척시민과 원전의 32년 악연, 삼척시민은 그들의 뜻을 삼세번에 득할 수 있을까?

세 번이나 반대한 원전유치, 그러나

삼척시민의 싸움은 주민투표 결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더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중앙정부는 주민투표 이전부터 원전건설이 국가사무이기에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으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 출두해서 “원전유치 신청 당시 정부는 삼척시에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하자 없이 예정지역을 고시했다. (…) 원전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다. 원전 유치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삼척에 원전을 짓겠다는 계획을 호락호락 거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척 주민투표 결과대로 원전유치가 백지화될 것인지는 이를 둘러싼 여러 사회적 논의와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다른 논란에 앞서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것부터 짚어보자. 삼척 원전유치 찬성측은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투표명부작성을 위해 공무원과 통반장들이 동원되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의 비협조로 투표명부를 넘겨받을 수 없었고, 바뀐 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행정의 도움을 얻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다. 특히 통반장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이는 다른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투표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통반장의 협조를 이끌어낸 것이 위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전임 시장이 원전유치를 신청할 때 받은 ‘삼척 원전유치 찬성 서명부’가 조작된 것이 올해 국감에서 밝혀졌다. 따라서 전임 시장이 원전유치를 희망하며 제출된 서명부가 조작된 것이고, 당시 유치신청 조건으로 제시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전제가 이번에 치러진 주민투표로 만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절차상 이번 주민투표는 정당하다. 

여전한 ‘원전 신화’를 어떻게 깰 것인가

다음으로 물을 문제는 여전히 원전건설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에너지 자립의 길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여부다. 정부는 2013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할 때, 에너지원 중 원전의 비중을 22~29%로 제시한 안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으로 29%로 확정지었다. 이에 당시 위원들뿐 아니라 사회적 반발도 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가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 마당에 현재보다 더 증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무시한 것이다. 국민의 반발은 원전사고의 위험 때문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얼마 전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포럼에서 지적했듯이 원전은 돈도 많이 들고, 리스크 관리비용도 높으며,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을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우라늄이 풍족한 자원도 아니며, 온배수(프랑스의 경우 전체 물의 50%를 냉각수로 사용)로 물부족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기에 사업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삼척 주민투표 결과를 찬핵과 탈핵의 진영논리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익을 추구한다는 미명으로 희생되어야 했던 가치들이 OECD 자살률 1위로 드러나는 사회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맨얼굴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개개인의 행복이, 지역주민의 행복이 어떻게 국민 전체의 행복과 국익, 나아가 전 세계의 시민과 자연과 조화를 이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삼척의 주민투표 결과는 그 질문에 맞서기 위한 당당한 첫걸음이다. 더 이상 국익을 내세워 개인과 지역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국민 개개인의 삶 없이, 지역의 생활 없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국가의 존재이유를 물었다면, 삼척시민의 행동은 이제 국가의 운영원리를 묻고 있다. 그 물음에 우리 사회가 화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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