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이 4가지를 따라하다간 망한다.”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의 조언이다.
미국식 경제 시스템 중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되는 4가지로 베이커 소장은 △ 과도하게 비대해진 금융 △기업의 지배구조 △지적재산권의 남용 △고용 문제를 지적했다.
베이커 소장은 22일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제5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이커 소장의 연설의 요지를 간략히 정리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미국의 경제시스템을 세계의 ‘표준’으로 강요하고 있다. 한국도 FTA 체결 당시 적잖은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경제시스템 중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 금융 분야다. 미국의 과도하게 비대해진 금융 시스템은 그 자체로 불평등을 낳고 있고, 경제에 비효율성을 안겨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사람들은 크게 깨닫지 못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하게 발달한 금융시스템에서 오가는 돈의 규모는 현재 GDP의 5배 규모다. 이처럼 비대해진 유동성은 불안정성과 변동성을 낳는다. 한국에서 주식 거래는 미국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1초 동안 수 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생산과 무관하게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소수만 부자가 되는 시스템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1) 자본거래세를 부과하고 2) 대형은행을 해체해야 하며 3)사회보장이나 의료보험과 같은 공적 지원을 더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영국은 자본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증권시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 거래세를 부과하면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또 ‘대마불사론’을 깨야 한다. 정부가 위기시 공적자금 지원을 통해 부실한 금융기관을 살리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2. 기업의 지배구조
미국의 상당 수 기업이 최고 경영진의 이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CEO 임금이 평균 근로자 임금보다 300배나 많은 경우도 있다. CEO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임금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불과 30년 전 근로자의 평균 임금과 CEO 임금 격차는 30배 정도였다.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이사회 구성을 CEO가 좌지우지 하면서, 이사회가 주주가 아니라 CEO에 충성하게 된 데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 만이 아니라 자선이나 기부단체의 기관장들도 임금을 100만 달러나 받는 경우가 있다.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단체의 목적에 맞는 일에 써야 하는 곳에서 기관의 장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준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CEO에게 과도한 임금을 주는 결정을 내린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3. 지적재산권의 남용
혁신에 대한 보상으로써 특허권과 저작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 과도하다.
특히 신약 개발 문제에 있어 이에 대한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소발디(Sovaldi)라는 C형 간염 치료약이 있다. C형 간염은 걸리면 치사율이 매우 높은 위험한 질병이다. 소발디의 치료 효과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다만 약의 가격이 8만4000달러다. 이런 높은 가격 때문에 이 약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공공의료시스템을 통해 이런 고가의 약을 제공하는 게 적절한 일인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게 목적인 의약품이 특허에 대한 보상 차원인 ‘돈’ 때문에 필요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게 된다는 사실이 말이 되는가? 이런 높은 약가는 의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도 발생시킨다.
또 특허권 자체가 경쟁을 가로막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경쟁사가 더 나은 상품을 내놓지 못하도록 특허권을 활용하기도 한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을 둘러싼 소송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소송전이 경제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이에 대한 해법은 1)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혜택처럼 공적 지원을 늘리고 2) 제약의 경우 공적 펀딩을 통해 개발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4. 고용과 임금
고용률을 끌어올리고 특히 중간층 이하의 임금을 높여야 한다. 지난 30년간 경제흐름을 보면 빈곤층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임금인상을 주장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데, 1970년대 이래로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붕괴한 적은 한번도 없다.
완전 고용을 목표로 해야 한다.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독일의 대응 방식은 매우 훌륭한 사례다. 미국은 실업자가 급증했지만 독일은 노동시간 줄이기와 일자리 공유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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