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이제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선한데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공연을 보러 모인 인파 중 일부가 환풍구 아래로 추락하면서 16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대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배치된 안전 요원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사 계획에는 4명의 안전 요원이 배치될 것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사 장소 자체도 원래 대규모 인원이 모여서 행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사고가 난 환풍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안전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토부 고시'인 '건축 구조 기준'에는 우선 바닥형 환기구는 사람이 통행할 만한 곳에는 1제곱미터당 30킬로그램, 차량이 통행할 만한 곳에는 1제곱미터당 500킬로그램을 견딜 수 있게 시공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통상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형 환기구는 1제곱미터 당 100킬로그램의 무게를 견디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바닥형 환기구는 거의 대부분 사람의 통행이 많은 인도에 설치되기에, 성인 5명 정도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한 기준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또 지붕형 환기구라고 하더라도 이번 참사가 있었던 환기구처럼 낮은 곳은 60센티미터 정도 밖에 안 돼서 사람들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최소한 바닥형 환기구에 대한 기준이 적용되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참사가 있었던 소규모 공원처럼 많은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진행될 경우, 위험한 환풍구에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펜스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했다. 이 모든 내용들이 없거나 부실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참사가, 아니 인재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는 돈 등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명 경시, 안전 경시'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무리한 증톤과 과적이 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참사의 경우도 행사 주최자 중 하나인 이데일리는 당초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에 1000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예산을 2억 원으로 책정해 행사를 준비하던 중, 경기침체와 세월호 사고 여파 등으로 흥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대폭 줄여 700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데일리는 더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기 위해 무대 위치를 바꾸었다고 한다. 애초 무대 위치(판교 유스페이스 앞 원형 광장)가 사고 환풍구를 등진 형태로 계획됐었는데 이데일리 측의 요구에 의해 환풍구를 중심으로 90도 방향으로 틀어진 곳으로 변경됐다. 원래대로 무대가 설치되었었다면 사고가 난 환풍구에서 공연을 볼 수 없었지만, 위치가 바뀌면서 무대 옆으로 설치된 환풍구에 올라서서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살기 위해 남보다 높은 지위와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생존의 논리가 어느덧 나 살겠다는 선을 넘어 타인의 생명과 안전까지 경시하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참사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가 밝혀지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히 유사한 참사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참사 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이번 참사의 경우도 행사의 주최자 즉 이번 사고의 책임자가 누구인지조차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아니 쉽게 밝힐 수 있는데도 오리무중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행사 팸플릿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보도 자료 등에 경기도·성남시·경기과기원이 공동 주최자로, 이데일리·이데일리TV가 주관사로 돼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이데일리가 경기과기원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 공동 수신자로 명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경우 이 정도 정황이면 경기도와 성남시가 이번 행사의 공동 주최자임이 넉넉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주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아직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입장일 뿐이다. 이번 행사 1주일 전 경기도가 경기과기원의 시설 안전 점검 요청을 묵살한 사실이 있다고 하니 혹시 이 때문에 경기도가 이번 행사의 주최자로 쉽게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많은 시민들이 이번 참사를 두고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가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계기라고 평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참사의 원인과 진행과정이 너무나 유사하다. 세월호 참사라는 참혹한 일을 겪고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것에 절망감이 들 정도다. 그리고 도대체 안심하고 다닐 곳이 없다는 불안감도 든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사회가 이 정도인가. 힘들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바꾸어 보았으면 한다. 너무나 후진적이지 않은가.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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