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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회 역시 지구상에서 한국 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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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회 역시 지구상에서 한국 외에 없다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26>

국회 상임위원회, 과연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대학생 응답자의 85.3%가 불신하는 집단 1위로 정치인을 꼽았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은 바로 국회이다.
불신의 요인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날 국회 불신의 근본 요인은 국회가 국민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입법권이라는 본업을 거의 수행하지 않고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진단한다.

흔히 의원들의 의정활동의 80%가 상임위원회에서 이뤄진다고 말해진다. 그리하여 어느 나라 의회든 각 상임위원회는 정책 경쟁의 장으로서 그 주체들인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정책을 개진하면서 진행된다.
미국 의회의 경우, 우선 행정부는 법안 제출 권한이 없다. 그리하여 의원에 의하여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법안을 회부 받은 소관 위원회는 관련 부처의 의견이나 정보를 검토하고 해당 법안이 과연 심사 가치가 있는가의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는 ‘법안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많은 법안이 위원회의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미국의 제102대 의회의 2년 동안 1만여 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1,405건으로 13.7%에 지나지 않았다. 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의하여 소위원회에 넘겨지는데, 소위원회는 청문회 개최(미국 청문회의 경우, 입법을 위한 청문회가 높은 비율을 점한다)와 꼼꼼히 조문 하나하나를 심사하는 축조(逐條)심사를 수행한다. 물론 상임위원회에서의 이 모든 활동은 의원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행이 의원들에 의하여 직접 수행된다. 의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법안의 각 조문에 대한 조문 투표를 실시한 뒤 법안 전체에 대한 전체 투표를 실시한다.
우리보다 정치발전 수준이 한 단계 낮다고 간주되는 대만의 의회인 입법원의 입법과정도 우리의 경우보다 훨씬 성실하게 수행된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식량관리법(糧食管理法)」이라는 단 하나의 법안 심사를 위하여 2013년부터 대만 입법원 경제위원회에서 27차례의 1독회와 위원회 심사, 대체 토론 및 축조 심사의 2독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2014년 5월 30일의 3독회에 의하여 수정되었다. 이러한 상임위원회가 국제적 기준으로서 일반적인 모습이다.

▲ 대만 입법원 법안 심사기록


상임위원회 ‘입법 현장’의 기록

그렇다면 우리 국회의 상임위원회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다음은 우리 국회의 한 상임위원회 회의록에서 인용한 세 장면이다.

장면 1

소위원장 000: ~에 관한 법률안 1건을 상정하겠습니다. 000 전문위원(여기의 전문위원이란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필자 주)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문위원 000: ~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입니다. (…) 다음 2쪽 주요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3쪽입니다. 주요 심사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입니다.
소위원장 000: 이것 다 00부랑 협의가 끝난 거예요?
전문위원 000: 예, 협의가 다 끝난 겁니다.
소위원장 000: 그러면 그대로 하면 되겠네.
(중략)
전문위원 000: 이게 제정안이기 때문에 사실 축조심사를 해야 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소위원장 000: 꼭 해야 돼요?
000 위원: 축조심사를 한 것으로 하면 되지요.
소위원장 000: 축조 심사한 거라고 하지 뭐. 그렇게 해서 의결합니다.

장면 2

소위원장 000: 다음에 (…) 이상 5건을 일괄해서 상정합니다. 이것도 000 전문위원.
전문위원 000: ~법률 개정안 5건에 대한 심사 자료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000 의원안입니다.
(중략)
000 의원안입니다.
(중략) 정부안입니다.
(중략) 이상입니다.
(중략)
00부차관 000: (중략)
소위원장 000: 전문위원, 어떻습니까?
전문위원 000: 특별한 이견은 없습니다.

장면 3

소위원장 000: ~이 두 건을 일괄해서 상정합니다. 전문위원 보고하시지요.
전문위원 000: 주요 심사사항으로는 (…) 신설 여부를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설할 경우에 (…) ~을 검토하셔야 될 것입니다.
(중략)
전문위원 000:(…) ~이 개정안은 타당한 것으로 검토를 했습니다.
(중략)
소위원장 000: 정부안이 타당하다?
전문위원 000: 예, 그렇습니다.

도무지 누가 주(主)이고 누가 부(副)인지 알쏭달쏭, 알아낼 수가 없다. 물론 보는 사람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서로 상이한 주장과 논리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 인용한 사례가 전체 상임위의 모습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여전히 흔하게 발견된다.

본업의 실종이야말로 현 국회 문제의 기원이다

우리가 전문위원 제도를 모방한 일본 국회에서도 정작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나 상임위원회에서의 전문위원 발언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순전히 우리가 ‘한국적으로 개조’한 것이다. 자신의 본업을 게을리 하는 그 어떠한 것도 결코 정상일 수 없고, 그로부터 모든 왜곡 현상이 배태되는 법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원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본업’인 입법의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챙겨야 하며, 따라서 현재 입법관료가 담당하고 있는 제반 입법 프로세스는 독일식의 정당 정책위원 제도와 미국식의 상임위 스태프의 정당 소속 시스템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로의 전환을 통하여 지역구 관리가 마치 의정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간주되는 전도본말의 악순환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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