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17일 공무원연금 개혁 내용을 담은 정부안을 공식 발표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 개혁안의 핵심이다. 정부안은 지난달 나온 한국연금학회 연구진의 개혁방안에 뼈대를 두고 있다. 관련 단체인 공무원노조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정부 "퇴직 후 공공기관 재직하는 공무원, 연금 지급 안 한다"
안전행정부가 이날 새누리당에 보고한 정부안은 연금학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개혁안에 더해 고액 수령자에 대한 개혁 조치를 추가로 포함시켰다. '연금 피크제'가 대표적이다.
월 300만 원 이상 고액 연금 수령자의 경우 10년 이상 연금을 동결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인상되지만, 앞으로는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보면,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은 전체의 21%(6만 명)였다.
재직 공무원의 연금 납입액은 단계적으로 41% 올리고, 수령액은 34% 삭감된다. 재직 공무원의 부담율은 현행 7%에서 2016년 8.0%, 2018년 10%까지 늘어난다. 연금 지급율은 2016년 1.35%에서 2026년에는 1.25%까지 줄여갈 계획이다.
2016년 이후 신규 채용되는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동일한 납입액과 수령액이 적용된다.
33년으로 정해진 납입기간 상한도 사라진다. 국민연금처럼 퇴직할 때까지 연금을 납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 경제 상황 등 각종 지표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정부가 조정할 수 있도록, '연금재정 자동안정화 장치'도 마련했다. 연금 수급자에게는 최대 3%의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부과해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연금 삭감도 시도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그 밖에도 정부는 △퇴직 후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사람에 대한 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 "아직 부족해"…공무원노조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부가 공무원들을 달래기 위해 마련한 인센티브의 재정부담이 크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행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정년연장, △공무원 임금 인상, △퇴직수당 현실화 등의 방안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이날 새누리당에 보고된 정부안은 초안일 뿐이다. 당정은 이 안을 보완해 최종 개혁안을 마련하게 된다.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기존 연금학회의 개혁안을 포장만 바꾼 것일 뿐으로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조진호)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충재)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국민과 공직사회를 이간질 시키려는 이유는 공적연금을 허물어 재벌의 배를 불리는 사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사자는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일체의 논의는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포괄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사회적 협의체' 구성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20일 서울 세종로 안전행정부 앞에서 정부의 개악안 발표에 대한 규탄 결의대회를 여는 등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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