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업무상 필요하지 않은 데도, 특정인의 개인 정보를 자주 열람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영장도 없이 경찰과 검찰이 요구하는 개인 정보를 제공해 준 사실도 확인됐다.
"헤어진 애인 어느 병원 다니는지 3년 동안 113회 무단 열람"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17일 "어떤 직원은 자기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의 요양급여 내역 등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113회나 무단으로 열람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병원을 이용하는지(까지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 의원은 "한 직원은 '안마원' 대표로부터 부탁을 받아 가입자 39명과 가족 124명의 주민등록번호가 표기된 업무 화면을 복사해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개인 정보에는 개인의 검진 내역, 재산과 소득자료, 직장 및 거주지, 부양인과 피부양인, 혼인관계 등의 기본 정보가 다 축적돼 있다. 건강보험 공단 직원이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2008년 이후 지난 8월까지 75차례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김현정 앵커는 "16일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폭로된 이후 우리에게 전직 공단 직원의 제보가 접수됐다"면서 "이 분은 '뭔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혹은 심심하면 들어가서 가입자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제보자는 "또 공단에 항의 전화를 하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다 들여다보곤 했는데, 이런 일이 직원들 사이에는 관행처럼, 별일 아닌 일처럼 이뤄져 왔다"고 증언했다고 김 앵커는 설명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직원들에게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직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니 공단 이사장은 '호기심 때문에'라고 답변해 국감 장에서 질타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 법원 영장 없이도 검찰·경찰에 의료 정보 제공…연평균 96만 건
공단이 수사기관으로 의료 정보를 무단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건강보험공단이 개인 건강보험 의료 정보를 검찰과 경찰에 제공한 경우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435만1507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연평균 96만7000건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2492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에 제공한 경우가 하루 평균 537건, 경찰에 제공한 경우가 2112건이었다.
지난해 국정원과 검찰의 통신 감청 건수는 총 2492건으로 하루 평균 6.8회였다. 수사기관의 금융 계좌 추적 건수도 2012년 34만8000건으로 하루 평균으로 보면 953회였다. 검찰과 경찰이 통신 감청이나 금융 계좌 추적보다 훨씬 더 쉽게 개인 의료 정보를 제공받아 온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은 법원의 영장 발부나 수사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같은 자료를 제공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내사와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까지 만들어 운용 중이었다.
김 의원은 "수사 목적이라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병원 진료 내역과 의약품 구입내역 등 의료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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