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라인·모바일 통제 시도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카카오톡 사태'로 표출된 가운데, 국정감사에서도 연일 검찰·경찰 등 국가기관의 인터넷 검열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는 검찰의 '인터넷 글 삭제요청'이 문제가 됐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검찰이 사이버상의 위법적 게시물을 직접 (포털 등에) 삭제 요청하겠다는 방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한 월권행위"라고 지적해, 박 위원장으로부터 "(검찰의) 직접 삭제 요청은 옳지 않다"라는 답을 받아냈다.
앞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대검찰청이 지난달 18일 연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자료를 공개했는데, 검찰은 이 회의에서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직접 삭제를 요청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검찰, 포털사와 '핫라인' 통해 실시간 '검열' 계획)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검찰이 스스로 삭제할 수는 없고 민원으로 들어오면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다"고 했다. 문 의원은 "검찰에는 권한이 없다. 방심위를 거쳐 심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검찰이 삭제요청을) 직접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답했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도 "(검찰 회의 자료에) 방심위와 인터넷진흥원 등에 요청해 사전 심의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혹시 청와대 등에서 심의에 관한 협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박 위원장은 "접촉한 적은 없다"고 했으나, 우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리해서 박 위원장을 방심위원장으로, 전문성이 없는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인터넷진흥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대통령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박 위원장과 백 원장을 통해 삭제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내가 올린 글, 나한테 안 알리고 방심위·포털이 삭제"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은 검찰의 초법적 발상뿐 아니라, 방심위가 적법하게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물 삭제 조치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등에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올리는 게시물 중 방심위의 시정 요구에 따라 삭제되거나 차단되는 등의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으나, 정작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들은 시정요구를 받은 사실 자체를 몰라 이의신청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의 시정 요구는 2012년 7만1925건, 2013년 10만4400건, 올해 8월 현재 8만289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시정요구에 대한 네이버·다음 등 관련 업체의 이행률은 99.1%에 달한다.
최 의원은 "문제는 위원회의 시정요구가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에게는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게시물이 삭제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게시물이 시정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지난 3년간 시정 요구를 받은 25만6614건 중 이의 신청은 126건(0.0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에게 시정요구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방심위는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해 이의를 제기해도 거의 수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의신청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는) '시정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시정요구를 받은 날' 대신 '이용자가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로부터 15일)'로 바꿔 당사자 이의신청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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